두달여간 세 차례 공개소환 이례적
경찰 "소환사실 보도로 불가피했다"
마약류 투약 혐의 등으로 두 달여 경찰 수사를 받다 27일 숨진 배우 이선균(48)은 수차례의 공개 소환으로 강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이지만 세 차례 공개 소환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망신주기식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경찰 책임론도 불거진다.
이씨는 지난 10월 28일과 지난달 4일, 이달 23일 포토라인에 서는 공개 소환 조사를 세 차례 받았다. 피의 사실과 수사 상황도 언론 보도로 실시간 중계됐다. 마약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은 두 차례 소환조사를 받았고, 2021년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은 배우 하정우도 비공개로 소환됐다. 이씨가 마약사건의 피의자이자 협박사건의 고소인으로 조사를 받았다고 해도 두 달 남짓한 사이에 세 차례 소환조사는 강한 심리적 압박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씨를 수사한 인천경찰청은 앞서 마약류 투약 혐의로 형사 입건하고 한 차례 공개 소환한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5)에 대해 결국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성급하게 정식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씨가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로 경찰의 입건 전 조사(내사)를 받는다는 사실은 지난 10월 19일 언론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당시에는 '유명 배우 A씨'로 익명 보도됐는데, 다음날 이씨 소속사인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가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면서 실명이 공개됐다. 당시 이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다.
이씨가 연루된 서울 강남 유흥업소 마약 사건은 다른 연예인과 재벌 3세, 연예인 지망생 등이 내사자나 피의자로 이름을 올려 더 주목을 받았다. 피의 사실이나 경찰 수사 상황 보도뿐만 아니라 이씨와 마약 사건 핵심 인물인 유흥업소 실장 A(29)씨의 관계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매체 등에 무차별적으로 게시됐다. 이씨가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주인공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는 점에서 잇따른 공개 소환과 언론보도에 따른 이씨의 심리적 충격은 상당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씨는 마약 사건과 관련해 A씨 등으로부터 협박도 당했다. 자신의 마약 사건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A씨 등 2명을 공갈 혐의로 고소한 그는 "A씨가 수면제라고 줘서 받았다", "마약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줄곧 부인해왔다. 이씨 측은 최근 "이씨가 마약인 줄 알고 투약했다"는 취지의 A씨 주장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경찰에 누구 주장이 맞는지 거짓말 탐지기로 조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씨 측은 거짓말 탐지기 조사는 비공개로 해달라며 이어지는 공개 소환에 대한 부담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씨 사건은 그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유흥업소 마약 사건을 수사한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공개 소환 조사는) 사전에 (소환 사실이) 보도돼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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