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투심위, 카카오모빌리티 프리나우 인수에 제동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럽 최대 택시 호출 플랫폼 프리나우 인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카카오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진 이후 해외 인수·합병(M&A)에 차질을 빚는 가운데 카카오그룹이 글로벌 성장 전략 수정에 나설 것인지 주목된다.
2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프리나우와 인수 관련 세부 사안을 조율 중이다. 프리나우는 독일·영국·스페인·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11개국 170개 도시에서 택시 호출 서비스를 하는 유럽판 '카카오택시'다. 택시업계와 수수료 갈등으로 국내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안에 프리나우 지분 80%를 인수하고 해외 사업을 확장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었다. 프리나우 인수 가격은 3,000억∼4,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모그룹인 카카오가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의 인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카카오의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가 높은 인수 가격을 이유로 프리나우 사업 전체를 인수하는 원안을 부결했다. 카카오 총괄 대표로 내정된 정신아 카카오 CA협의체 사업 총괄 겸 카카오벤처스 대표가 특히 적극적으로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카카오모빌리티는 인수 규모를 줄여 프리나우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진척이 더딘 상황이라고 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협상이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인수가 무산되거나 중단된 게 아니다"라며 "세부 운영 사항을 두고 매도인과 의견을 조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인수가 사실상 불발됐다고 본다. 프리나우 최대 주주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은 자금이 넉넉해 매각을 서두를 상황이 아니라서다.
M&A 리스크 커지는 카카오… 확장 중심 성장 전략도 수정?
카카오그룹은 '내수용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 공격적 M&A를 통해 해외 사업을 확장해왔다. 해외 매출 비중을 2025년까지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한국을 넘어서) 전략을 내세운 것. 주가 시세조종 의혹에 휘말린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인수도 이를 위한 핵심 프로젝트였다.
최근 들어 카카오의 M&A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미국 종합 증권사 시버트에 대한 경영권 인수가 무산된 게 대표적이다. 시버트는 지분인수 거래를 중단하는 이유로 카카오의 사법리스크를 콕 집었다. 카카오 계열사 관계자는 "시버트 인수 결렬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것을 우려해 본사가 프리나우 인수에 제동을 건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앞으로 카카오가 M&A 중심의 해외 사업 전략을 수정할지도 관심이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11일 임직원들에게 "확장 중심의 경영 전략을 리셋(초기화) 하겠다"고 밝힌 데다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에도 계열사의 인수·합병 사안을 사전 검토할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자율 경영에 익숙한 카카오의 계열사들이 변화하려면 내부 진통이 클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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