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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과학서 발굴...사명감의 결실입니다"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심사평]

입력
2023.12.30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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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부문 수상작, '20세기, 그 너머의 과학사'
조영학 번역가 심사평

김동광·김명진 번역가가 공동 번역한 '20세기, 그 너머의 과학사'.

김동광·김명진 번역가가 공동 번역한 '20세기, 그 너머의 과학사'.


출판시장의 불황과 더불어 출판 번역의 겨울도 매년 더 혹독해지고 있다. 누구나 번역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번역의 발전과 번역가의 처우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시대, 이런 시대에도 번역서, 그것도 훌륭한 번역서가 많이 나온다는 건 오로지 번역가들의 소명의식과 희생이 그만큼 높고 크다는 뜻이겠다. 심사위원 이전에 나 역시 번역가이기에 그분들의 노고에 먼저 감사와 감동의 마음을 바친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대작이 많았다. 올해의 번역서로 선정된 10편의 번역 작품은 원작의 가치와 번역의 품질 어느 면에서나 부족한 점이 없었다. 그 공과 노력을 기린다는 의미에서 여기 제목과 번역자 이름을 다시 한번 올려본다.

'20세기, 그 너머의 과학사'(김동광, 김명진),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지비원), '라시드 앗딘의 집사'(김호동), '멜랑콜리아'(손화수), '밤의 가스파르'(조재룡), '세계철학사'(이신철), '수치'(송은주), '이토록 굉장한 세계'(양병찬), '일리아스'(이준석·가나다 순).

심사 기준은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작의 가치, 번역의 완성도, 번역가의 공헌도였다. 끝까지 토론 대상으로 남은 책은 '20세기, 그 너머의 과학사',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 '수치', '일리아스'였다.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는 국내 저작을 읽듯 입말이 자연스러웠고 '수치'는 꼼꼼하면서도 안정적인 번역이 매력적이었다. '일리아스'는 번역 자체만으로 역사적인 일인 데다 그리스어의 고전문법을 충실하게 반영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중에서 '20세기, 그 너머의 과학사'를 선정한 이유는 어려운 과학서를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정확하게 옮기기도 했지만, 과학서 읽기 모임을 통해 꾸준히 좋은 글을 발굴하고 또 사명감 있게 번역해온 그간의 공을 높이 사서였다. 좋은 번역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다. 덕분에 세상은 이만큼 좋아졌다. 그 세상이 번역가 여러분들에게도 좋은 세상이 되기를 빌어 본다.

조영학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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