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전격 교체했다. 불과 1개월 전 임명했던 이관섭 정책실장이 후임 비서실장에 내정됐다. 정책실장 후임에는 윤 대통령 부친 고(故) 윤기중 교수의 제자인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를, 공석이던 안보실장에는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을 각각 발탁했다. 총선 차출로 ‘3개월 장관’ ‘6개월 차관’이 속출하더니 급기야 ‘1개월 실장’까지 나온 것이다.
대통령실이 ‘2기 체제’로 진용을 갖춘 건 지난달 30일이다. 정책실장 자리를 신설해 비서실장과 함께 비(非) 안보분야 투톱으로 만드는 게 골자였다. 장관급인 정책실장에는 이관섭 당시 국정기획수석을 승진 임명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부산 엑스포 유치 참패에 대한 비등했던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재신임을 받은 것으로 해석됐다.
김 실장은 이날 급작스러운 교체에 대해 “과거 예를 보더라도 20개월 정도면 소임을 다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대통령께 말씀드렸고 그제 승인을 해줬다”고 했다. 이런 이유라면 한 달 전 대통령실 개편 당시 물러나는 게 마땅했다. 새 체제 출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자진해서 물러난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 게다가 역대 정권에서 비서실장 교체는 국정의 전환과 맞물려 단행됐다.
공개할 수 없는 피치 못할 교체 사유가 있었을 순 있다. 그렇다 해도 한 달 전 정책실장 자리까지 새로 만들어가며 중책을 맡긴 인물로 돌려 막는 것은 심각하다. 믿고 쓸 수 있는 인력풀이 좁다는 것도 문제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보지 않는 즉흥적 인사가 더 문제다. 대통령실과 정부 출신 총선 출마 희망자들이 50명이 넘는다는데 그때마다 땜질로 메우니 3개월, 6개월 단명하는 장관과 차관, 비서관들이 난무한다. 3개 수석실(경제∙산업∙과학기술)을 관장해야 하는 후임 정책실장에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부친의 제자를 내정한 것도 적절한지 의문이다.
이런 식의 메시지 없는 돌발 인사가 되풀이되는 한, 국정안정과 국민신뢰를 얻기는 난망하다. 이렇게 시스템도 없고, 예측 불가능한 인사는 어지간한 기업들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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