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혁신 무풍지대'라는 당 안팎의 지적에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이재명 대표를 만나 '이낙연 신당' 움직임을 포함한 계파 갈등 수습을 촉구했지만, 이 대표는 "혁신과 통합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이나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했다. 이낙연 전 대표의 당대표직 사퇴를 전제로 한 '통합 비상대책위' 요구나 당의 변화를 촉구한 비명계 의원 모임 요구에는 침묵하고 있다. 6선 의원 출신 원로인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은 "이재명 1인 정당이 된 것을 개탄한다"며 어제 탈당했다.
총선 공천의 첫 단추인 당 후보검증위의 후보자 검증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이재명계 김윤식 전 시흥시장, 최성 전 고양시장 등이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서 공천 학살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들은 친이재명계 의원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는 인사들이다. 반면 지난 총선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선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씨와 음주운전과 탈당 전력의 이용주 전 의원은 '적격' 판정을 받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당 밖 상황도 녹록지 않다. 국민의힘은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한 한동훈 전 법무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40대·비정치인 중심으로 비대위를 꾸렸다. 향후 여당 의도대로 총선 구도가 정권심판론에서 세대교체론으로 바뀔 수 있을지는 차치하더라도, 혁신의 첫발은 뗀 모습이다. 한 위원장을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라며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을 외칠 때가 아니다. 민주당 스스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실천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으로 향후 총선 정국의 주도권을 잡았다고 생각하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다수 국민들이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하는 것은 법안 내용과 별개로 김 여사와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큰 탓이다. 이를 혁신 요구에 미동도 하지 않는 민주당과 이 대표에 대한 지지로 오판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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