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포스코 차기 회장 선출 절차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7인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의 편향성을 지적하며 현 최정우 회장의 3연임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다. 하지만 추천위는 “독립적으로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 작년 말 국민연금 반대 속에 CEO 선임을 두 차례나 뒤엎고 장기간 수장 공백 사태를 겪었던 KT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1일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추천위를 본격 가동하고 ‘회장후보인선 자문단’ 평가 결과를 참고해 내년 2월 중 최종후보 1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앞선 19일에는 불공정 지적을 받아온 현직 회장 연임 우선 심사 조항을 폐지했다.
하지만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어제 언론을 통해 “포스코 회장 선임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일부 개선에도 주주 입장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 지분 6.7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은 후보를 선정하는 추천위나 자문단 구성이 최 회장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별도의 공모 없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점을 문제 삼는다. 충분히 일리 있는 지적이다. 추천위는 이날 “편향 없이 엄중히 심사할 것”이라고 했지만, ‘거수기 사외이사’가 말해주듯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공방은 같은 소유분산기업인 KT가 작년 말부터 겪었던 파행의 데자뷔다. 내부 인맥을 동원해 연임하려는 사장과 국민연금을 내세워 쫓아내려는 정부의 충돌은 두 명의 지명자 낙마와 5개월 수장 공백으로 이어졌다. 같은 전철을 밟아선 곤란하다. 결국 KT가 택한 방식처럼 외부 공모 절차를 도입하고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에게 후보 선임을 맡기는 게 옳다. 국민연금 또한 대주주 권한을 넘어서는 개입은 삼가야 한다. 정부를 대신해 낙하산을 내리꽂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은 KT 때도 지금도 여전하다. 포스코는 현 회장의 것도, 정부의 것도 아님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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