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이사장 "차별 없는 공평 기회" 강조에 대응
포스코 CEO 후보추천위, 기존 계획대로 선임 진행 시사
"KT 사태 때처럼 버티지 못할 것, 기업가치 훼손 우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3연임 도전 여부를 놓고 국민연금공단과 포스코가 기싸움을 벌이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국민연금이 다음 회장 선정 과정에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자 포스코홀딩스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반박하고 나선 것.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의 주요 주주(6.71%, 11월 기준)로 사실상 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선임 절차가 잘못됐다고 나서면서 구현모 당시 대표의 연임이 무산됐던 KT 사례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포스코홀딩스 CEO 후보추천위(추천위)는 29일 최 회장의 연임 도전 여부는 "개인 자유"라고 강조하는 이례적 입장문을 내놨다. 추천위는 "지난 19일 발표한 신지배구조 관련 규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독립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차기 회장 심사 절차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며 "만약 (최정우) 현 회장이 3연임을 위해 지원한다면 그건 개인의 자유"라고 밝혔다.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반박한 것. 김 이사장은 "포스코홀딩스 대표 선임은 내외부인 차별 없는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추천위가 최 회장을 자동으로 1차 회장 후보군에 포함하도록 한 것을 반대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또 대부분 최 회장 임기 중 선출된 포스코홀딩스 사외 이사로 구성된 추천위의 결정을 신뢰할 수 없다는 뜻으로도 비춰졌다. 사외이사 7명 중 6명은 최 회장 임기 중 뽑혔으며 2018년 선임된 김성진 사외이사(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최 회장 임기 중 연임했다.
하지만 추천위는 이날 기존에 발표한 계획대로 선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추천위는 "후보추천위원회는 현 회장의 지원 여부에 전혀 관계없이 오직 포스코의 미래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어느 누구에게도 편향 없이 냉정하고 엄중하게 심사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천위는 이날 3차 회의를 열고 그레이스앤파트너스, 브리스캔영, 스탠튼체이스인터내셔널 등 10개 서치 펌을 CEO 후보 추천 대행사로 뽑았다고 밝혔다.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 과정에 참여 의사가 있는 후보는 해당 서치펌 중 한 곳에 지원 가능하도록 하고 △서치 펌에서는 최대 3명의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앞서 추천위가 밝힌 외부 후보 추천안의 세부안을 결정한 것이다.
"KT 사태 때도 소액 주주들 국민연금 개입 반대했지만 무산"
그럼에도 앞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민연금의 반대로 KT 회장 연임이 무산된 적이 있어 일부에선 포스코가 KT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은 KT 대표이사 연임 추진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보도 자료를 내 "경선이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후 연임을 노리던 구현모 당시 대표, 구 대표와 가까운 윤경림 당시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잇따라 낙마했다.
다만 KT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KT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외에도 현대차·신한은행 등 지분 5% 이상의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포스코홀딩스는 국민연금 외에는 5% 이상 기관 투자자가 없으며 소액주주 지분이 75.52%나 된다. 그럼에도 결국엔 KT 사태가 포스코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KT 사태 때도 소액주주들이 반대운동을 벌였지만 이사회 멤버들이 이를 버텨내지는 못했다"며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포스코홀딩스 추천위가 외부 압력을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이 대주주로서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에 개입하려면 현 CEO가 기업 가치나 기업 평판을 심각하게 훼손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히려 KT 사태 때 KT 주가가 빠진 것처럼 시장에 정부의 지나친 경영 간섭으로 받아들여져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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