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찰 간부들이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사직하려 하자 대검찰청이 감찰에 착수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격노했다고 하는데, 현직 검사들의 정치행보를 개인의 돌출행동으로만 봐선 곤란하다. 그동안 검찰의 권력화와 정치적 편향이 조직 전체의 건강성을 해친 결과로서, 새해 검찰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이다.
대검은 지난달 29일 김상민(사법연수원 35기)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 부장검사와 박대범(연수원 33기) 창원지검 마산지청장을 각각 대전고검과 광주고검으로 인사 조치했다. 대검은 “정치적 중립과 관련해 문제 되는 행위를 한 점에 대해 감찰과 징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부장은 지난 추석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이라고 총선 출마를 암시하는 문자를 지인들에게 보내 논란이 됐고, 박 전 지청장은 외부인사와 총선 관련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부장은 소셜미디어에 '다음 달 6일 출판기념회를 연다'는 사진을 올렸다가 지우기도 했다.
이원석 총장은 신년사에서 "자가 굽으면 제대로 잴 수 없다"며 검사들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체제에서 야권 수사에 집중하고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 여권과 관련한 의혹엔 손을 제대로 대지 않으면서 정치적 중립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검찰에 몸담은 상태에서 총선 출마를 공공연히 밝힐 정도로 ‘지켜야 할 선’이 희미해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 젊은 검사들을 중심으로 '말이 안 되는 일탈 행위'란 비판이 거셀 만큼 내부 위기감도 크다.
이 와중에 법무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받은 정직 2개월 징계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항소심 판결에 대해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 1·2심 선고 결과가 엇갈리기 때문에 상고할 만하고 역사적 평가를 위해서도 대법 판결을 받아볼 이유가 상당했는데 포기한 것이다. 검찰이 신년에도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총선에 출마하려는 검사 한두 명을 징계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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