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시장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 패러다임 바뀌어
우리나라가 지난해 수출 6,326억 달러, 수입 6,426억 달러로 약 100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줄었지만 2년 연속 빨간 성적표다. 무엇보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급감한 게 원인이다. 지난해 대중 수출은 20%나 줄어든 반면 수입은 소폭 감소, 중국과의 교역에서만 180억 달러의 적자를 봤다. 연간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1992년 수교 이후 처음이다. 더구나 그 규모도 원유를 사 오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면 최대다. 31년 동안 줄곧 한국 수출의 ‘캐시카우’였던 중국이 어느새 가장 큰 손해가 나는 시장으로 둔갑했다.
반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늘었다. 작년 12월 대미 수출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며 대중 수출까지 추월했다. 월간 기준 미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에 오른 건 2003년 6월 이후 20여 년 만이다. 연간 단위 수출 비중은 아직 중국(19.7%)이 미국(18.3%)보다 크지만 한때 10%포인트도 넘었던 격차를 감안하면 자리바꿈은 시간문제다. 미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445억 달러)이 된 것도 21년 만이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의 수출 환경과 무역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걸 보여준다. 그동안 중국은 우리나라에서 부품이나 중간재를 수입한 뒤 이를 가공해 전 세계로 수출했다. 그러나 미중 충돌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이러한 성장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됐다. 중국 내수 회복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현지 기업들의 기술력과 경쟁력이 향상되며 더 이상 한국산 부품과 중간재를 수입할 이유도 사라졌다. 앞으로 대중 수출은 더 줄고 대미 수출은 늘 공산이 크다.
이제 우리는 무역 파트너에서 라이벌이 된 중국과 진검 승부를 벌여야 할 판이다. 이미 중국산 전기차와 전자상거래 등 분야에선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기술과 콘텐츠, 소프트웨어 파워 등을 통해 추격을 따돌리는 게 시급하다. 이를 위한 개혁과 구조조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202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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