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속초 대포항 찾은 A씨 "대게에 곰팡이 잔뜩"
곰팡이 아닌 흑변현상… 덜 익은 상태서 공기 접촉
음식점 측 "시간 절약하려 덜 익혀… 주문 실수 죄송"
최근 고등학생 자녀가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썩은 대게 다리를 구입했다는 글이 논란을 부른 가운데 부모님과 함께 속초에 대게를 먹으러 갔다가 자신도 썩은 대게를 받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달 3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노량진 대게 사건을 속초에서 당했네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이날 해돋이를 보기 위해 부모님과 함께 강원 속초시에 갔다가 대게를 먹기 위해 대포항을 찾았다. A씨 가족은 대게 2마리에 25만 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한 가게로 들어갔다.
주문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A씨는 대게 2마리를 주문했으나 정작 식탁에 올라온 건 대게 1마리와 홍게 2마리였다. 주문한 것과 달라 문제제기를 하니 음식점 측은 대게 2마리로 바꿔주겠다고 하며 이미 나온 대게와 홍게 2마리를 가져갔다. A씨는 "30분 정도 기다렸는데 나오지 않아서 항의하니 10분 후에 대게 2마리를 가져다줬다"고 설명했다.
새로 나온 대게를 3분의 1쯤 먹었을 때, A씨는 곰팡이로 보이는 검은 얼룩을 발견했다. 그는 "대게 뒷면을 보니 곰팡이가 잔뜩 피어있었다"며 "너무 불쾌하고 화가 났지만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온 연말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아 결제를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A씨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갓 나온 대게는 일부 부위에만 검은 얼룩이 관찰되지만, 먹는 도중 찍은 사진엔 대게 곳곳이 검게 변해 있었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검은 얼룩은 곰팡이가 아닌 흑변현상으로 확인됐다. 수산물 거래 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에 따르면 흑변현상은 대게 피에 있는 성분인 헤모시아닌이 산소와 결합하면서 검게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냉장이나 상온에 방치할 경우 △냉동한 게를 상온에서 천천히 해동할 경우 △덜 익힌 게를 상온에 방치할 경우 게가 검게 변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색깔만 변한 것일 뿐 맛에 영향이 있거나 몸에 해롭지 않아 먹어도 무방하다.
A씨가 받은 대게의 경우, 음식점 측에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완전히 익히기 전에 서빙했고, 먹는 사이에 게가 산소와 접촉하면서 흑변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살아있는 대게를 찐 다음 게를 손질한 뒤 다시 데워 제공하는데, 애초에 게가 설익은 상태에서 공기와 접촉해 색이 변했다는 게 음식점 측 설명이다.
해당 음식점 측 관계자는 1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손님이) 처음 주문 때 30분을 기다렸고, 다시 대게를 쪄서 손질해 가져가는 것까지 1시간을 기다리는 셈"이라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손님이 더 짜증 날 것 같아서 주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조금 더 빨리 서빙하려던 것이 화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날부터 손님이 많이 몰린 데다 물건도 없을 정도여서 냉동이나 썩은 대게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주문 실수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죄송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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