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규모 7.6 지진
가나자와 관광객 "전광판, 열차 흔들려"
나고야·오사카도 감지 "이런 지진 처음"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강진이 발생하자 현지 체류 중인 한국인 관광객들의 지진 경험담이 쏟아지고 있다. 새해 연휴와 엔저(엔화 약세) 영향 등으로 최근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급증하고 있다.
2일 한 일본 여행 커뮤니티에 따르면 지진 당시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역에 있었다는 한국인 관광객 A씨의 후기가 올라왔다. A씨는 열차에서 내려 호텔로 향하던 중 심한 진동을 느꼈다. 그는 "오후 4시 10분 가나자와역 승강장에 내렸는데, 내리기 직전 일본인들의 스마트폰이 여기저기서 사이렌처럼 울려서 지진이라도 났나 싶었다"고 했다.
이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지진 때문에) 마구 흔들렸고, 출발 전이어서 엘리베이터 문이 저절로 열려 밖으로 빠져나왔다"며 "승강장 전광판과 열차들이 흔들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자 옆에 쪼그리고 바닥에 앉아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1분 정도 강한 진동이 지나가자 역무원들이 모두 사람들을 역 밖으로 대피시켰는데, 역 내부 천장에서 물이 분수처럼 떨어지고 있었다"고도 했다.
지진 당시 가나자와역 근처 버스정류장에 있던 또 다른 한국인 관광객 B씨도 재빨리 인근 공터로 대피했다. 그는 "버스를 타려고 역 앞 광장에 있었는데, 땅이 흔들흔들해서 처음엔 기차가 지나가는 줄 알았다"며 "휴대폰에서 지진이라는 알람이 떠서 바로 개활지(탁 트인 땅)로 뛰었는데 사람이 중심을 잡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게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바닥도 출렁거렸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상황이 말도 안 되니 진짜 헛웃음이 나왔다. 3~4분 정도 세게 흔들리더니 그 다음엔 여진이 왔다. 처음엔 어이가 없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무섭다"며 "신사도 지진 때문에 닫고, 식당도 다 닫은 것 같아 편의점에 들렀는데 다들 비상식량을 사는지 줄이 상당히 길었다"고 언급했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나고야와 오사카 등 이시카와현에서 200여㎞ 떨어진 도시에서도 지진을 경험했다는 관광객들이 속출했다. 나고야에 관광 온 한국인 C씨는 "호텔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건물이 눈에 띄게 좌우로 흔들리고 커튼도 좌우로 왔다 갔다 했다"며 "제대로 서있기 어려운 느낌이었는데, 휴대폰에서 갑자기 지진이라고 긴급재난문자 소리가 나서 공포가 장난 아니었다"고 글을 남겼다.
나고야에 머무른 또 다른 한국인 관광객은 "쉬고 있는데 흔들다리처럼 흔들려서 갑자기 머리가 하얘졌다"며 "호텔 프런트에서 괜찮다고 해서 다시 올라오긴 했는데, 여차하면 나가려고 여권과 지갑이 들어있는 가방을 문 앞에 놔뒀다"고 했다. 오사카에 있는 한국인 관광객은 "갑자기 코끼리코를 다섯 바퀴 돌고 서 있는 것처럼 어지러웠다. 5분 뒤 괜찮아졌는데, 뒤늦게 지진이 온 걸 알았다. 처음 느껴봤는데 겁이 났다"고 말했다.
일본 관광청(JNTO)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총 2,233만 명으로 이 중 27.7%(618만 명)가 한국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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