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폭발 현장 차량 녹고, 주택 뼈대만
전쟁터 방불케 해… 주민들 "밤새 공포"
경찰·국과수, 가스 누출 원인 집중 감식
액화석유가스(LPG) 폭발 사고 다음 날인 2일, 강원 평창군 장평리 충전소 인근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충전소에 대기하던 벌크로리(소형 저장탱크에 LPG를 충전해 공급하는 운반차량)와 화물트럭은 화염에 녹아 폭삭 주저앉았다. 맞은편 세차장과 인근 주택도 불에 타 터만 남았다.
도로 곳곳에도 차량과 파편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충전소에서 약 270m 떨어진 용평도서관 유리창은 모두 뜯겨 나갔다. 당시 폭발 위력은 땅이 흔들려 맨홀 뚜껑이 3m 위로 솟구칠 정도로 컸다. 인근 주민 장모(66)씨는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더니 순식간에 불이 인근 주택과 차량으로 옮겨붙었다”며 “추가 폭발이 이어져 밤새 공포에 떨어야 했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날 오후 9시 3분쯤 발생한 이 사고로 충전소 건너편 영화관 근처에 있던 강모(36)씨와 트럭 운전자 이모(70)씨가 전신화상을 입었고, 우즈베키스탄 국적 A(45)씨 등 3명이 타박상과 1도 화상부상을 당했다. 인근 주택 3채가 전소되는 등 건물 14채가 피해를 입어 이재민 20명이 발생했다. 인근에 주차되거나 주위를 지나던 차량 14대도 불에 타거나 파손됐다. 만에 하나 당시 충전소에 보관 중이던 프로판과 부탄가스 33.9톤(t), 가정용 LPG 용기 809개로 불이 옮겨붙었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폭발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소방당국이 화학차를 비롯한 장비 41대와 인력 117명을 투입해 3시간 20여 분 만에 진화에 성공하며 대형참사로 번지지는 않았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현장감식에 나선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충전소 내 보관탱크에서 벌크로리 차량으로 가스가 옮겨질 때 누출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브리핑에서 “(LP가스를 옮길 때) 저장 탱크와 차량 둘 중 한 곳에서 누출됐다. 이 과정에서 매뉴얼이 정상 작동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폭발이 일어나기 20여 분 전인 오후 8시 41분쯤 119와 112에 “LPG 충전소에서 가스가 많이 새고 있다”는 다급한 신고가 수차례 접수됐다. 주민들은 “마을 전체에 안개가 낀 듯 연기가 무릎 높이까지 뒤덮자마자 굉음을 내고 폭발했다”고 입을 모았다. 상당 시간 새어 나온 가스가 충전소보다 지대가 낮은 맞은편 세차장과 모텔, 영화관 방향으로 넓게 퍼지며 폭발과 화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부상자와 화재 등 피해 대부분이 충전소 건너편에서 발생한 것도 이 때문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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