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오후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규모 9.0) 이후 가장 큰 규모다. 6,300명의 목숨을 앗아간 1995년 한신대지진(7.3)보다도 강하다. 그럼에도 인명 피해를 수십 명으로 줄일 수 있었던 건 100%에 육박하는 내진설계와 더불어 일본 당국과 공영방송 등의 기본에 충실한 대응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진 발생 직후 일본 공영방송 NHK는 방송 화면 상단에 ‘쓰나미! 도망쳐!’라는 자막을 큰 글씨로 띄웠다. 여성 아나운서는 “지금 당장 빨리 높은 곳으로 피난하십시오” “바다에서 먼 곳으로 가십시오” 등의 메시지를 반복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구구절절한 설명 대신 군더더기 없는 행동요령 전달은 훨씬 효과적이었다. 일본 정부도 신속하게 총리 관저에 위기관리대책실을 설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에 안전지대가 아님은 부쩍 잦아진 빈도로 온 국민이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작년 한 해 규모 2.0 이상 지진이 105차례였다. 집계가 시작된 1978년 이후 4번째로 많았다. 2016년 역대 최대 규모(5.8)였던 경주 지진 이후 강도도 점차 세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우리의 지진 대응 역량은 아직 “설마”에 기대는 모습이다. 450여 개에 달하는 국내 활성단층은 아직 제대로 된 지도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깜깜이 상태다. 활성단층 위에 원자력발전소를 새로 지어야 할 판이다. 원전만이 아니다. 내진설계가 안 된 전국 건축물이 10개 중 8개 이상(83.6%)이다. 지진 발생 대응 시스템도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긴 마찬가지다. 작년 11월 규모 4.0 경주 지진 당시 경북도와 경주시는 발생 34분, 48분이 지나서야 재난안전문자를 보냈다. 우리나라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는 정확한 행동요령 전달보다 부정확한 정보로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여전히 받는다.
이런 상태에서 강진을 맞는다면 그건 인재(人災)에 가깝다. 자연재해는 막을 수 없어도 피해는 노력으로 최소화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여유 부릴 시간이 많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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