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남 휴대폰에 비위의혹 증거 고스란히
처남댁이 휴대폰 메시지 찍어 제보하자
처남은 처벌 불가한 절도죄로 아내 고소
이정섭 검사(전 수원지검 2차장검사) 비위 의혹 입증에 핵심적인 열쇠를 쥔 '키맨'. 이 검사의 처남이 자기 아내이자 제보자인 강미정씨를 휴대폰 절도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검사 처남이 쓰던 이 휴대폰은 현재 진행 중인 각종 의혹 수사의 시작점이 된 핵심 증거물이다. 부부 사이엔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형법 특례조항을 감안했을 때, 법조계에서는 처남이 아내의 추가 제보나 증거 제출을 막기 위해 압박에 나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검사의 처남 조모씨는 지난해 11월 아내 강씨를 휴대폰 절도 등 혐의로 고소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잠금 설정한 자신의 휴대폰을 연 뒤, 안에 담긴 내용을 동의 없이 외부에 유출했다는 게 조씨 측 주장이다.
문제의 휴대폰은 조씨가 2016, 2017년 무렵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속에는 조씨가 이 검사와 △동료 검사 골프장 예약 문의 △고용인 범죄 이력 요청 등과 관련해 부탁을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12월 18일 일요일 9~10시 임XX 검사가 부킹해 달래… 싸게 해 줄 수 있으면 싸게 해줘"(2016년 12월)라거나 "형, 이 사람 수배나 전과 있는지 좀 알아봐 줄 수 있어요?"(2016년 6월)와 같은 내용들이다. 강씨는 남편 휴대폰 화면을 찍은 파일을 외부에 제보하며 이 검사 관련 비위 의혹을 세상에 알렸다.
조씨가 아내 강씨를 절도죄로 고소했지만, 사실 강씨를 처벌하긴 어렵다. 부부 사이에서 일어난 절도·사기·공갈 등 행위는 친족상도례(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 간 재산범죄 형을 면제하는 특례)에 따라 처벌이 불가능하고, 강씨의 경우 이 휴대폰을 팔아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추가 제보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고소를 이용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 실제 "휴대폰을 돌려달라"는 조씨의 요구는 휴대폰 속 내용에 담긴 이 검사 비위 의혹이 국정감사 등을 통해 보도된 이후 수차례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의 법률대리인은 강씨 측에 보낸 이메일에서 '포렌식해 국감 자료로 제출했던 휴대폰'을 돌려달라고 특정하기도 했다. 조씨 측은 이 같은 요구 뒤에 강씨를 절도 혐의로 먼저 고소한 뒤, 무고 및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도 추가 고소했다.
이 검사 비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 역시 조씨 휴대폰을 핵심 증거로 판단하고 있다. 강씨가 제출한 촬영 사진으로 상황 파악은 가능하지만, 향후 재판에서 증거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휴대폰 디지털포렌식 분석을 거치면 기기에서 삭제돼 볼 수 없었던 다른 증거까지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지난달 강씨를 두 차례 참고인 조사하며 해당 휴대폰에 대한 임의제출(자발적 제출)을 거듭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검찰에 휴대폰을 넘겨주는 걸 망설였던 강씨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요구하면 제출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