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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령의 생태가치와 '마실생태밥상'

입력
2024.01.04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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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변산반도 생태탐방원에 있는 '마실생태밥상'에서 조리 전 위생교육을 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국립공원 변산반도 생태탐방원에 있는 '마실생태밥상'에서 조리 전 위생교육을 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경제학 배경으로 연금 분야를 공부해 오다 보니, 지속 가능성·세대 간 형평성·미래세대 배려가 주된 관심사다. 지속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었음에도, 개혁은 뒷전인 채 포퓰리즘만 더 활개 치는 우리 사회를 보면, 우울한 결론의 글을 쓰게 된다.

새해 첫 칼럼이라 희망이 담긴 내용을 다루고 싶던 차에, 국립공원 방문 경험이 떠올랐다. 국립공원공단 상임감사 자문위원회의 프로그램에 포함된, 북한산 우이령길과 부안 변산반도의 생태탐방원 운영방식이 인상적이어서다. 북한산 자연환경해설사에 따르면, 소의 귀처럼 길게 늘어져 '소귀고갯길'을 뜻하는 우이령길은 가곡 '바위고개'의 모티브였다고 한다. 아픈 사연도 있다. 6·25 전쟁 때 피란길이었고, 북한 무장공비 침투 사건 이후에는 오랫동안 출입이 통제되었다.

불편해서 좋은 점도 있는 법, 생태보전이 잘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흙길을 확장하고 차량통행이 가능하도록 아스팔트까지 깔자는 지자체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우이령길을 포함한 국립공원은, 개발 압력에서 밀려난 멸종위기종들의 도피처이자 쉼터가 되고 있다. 경제적 가치로 환산이 어려운 부분들의 보존 필요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감대가 필요해 보인다.

국립공원 변산반도 생태탐방원에서는 '마실생태밥상'을 경험했다. 국립공원 마실길과 생태탐방원에서 이름을 딴 마실생태밥상은, 60세 이상의 지역 어르신 열한 분이 탐방객과 직원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식당이다. 탐방객에게는 로컬 식자재로 만든 향토음식을, 60세 이상 어르신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한다. 거동이 불편한 재가 노인가구에는 도시락을 배달한다.

마실밥상은 국립공원공단·부안군·대한노인회·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협업으로 탄생한 독특한 상생 모델이다. 4개 민·관이 협력하여 설립한 노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이자 고령자 친화기업이다.

공단은 직원 대상의 식당 운영공간을 마실밥상에 무상으로 제공한다. 부안군은 이를 '지역음식 인증업소'로 지정했다. 대한노인회 부안군지회는 고령자친화기업 및 사회적 협동조합 인가를 지원했다. 노인인력개발원이 고령자친화기업으로 선정해 창업지원비와 인건비를 지원한다. 마실밥상은 공공기관과 고령자친화기업이 연계된 최초 모델이라고 한다.

직접 식사하면서 필자가 관심을 보이자, 변산반도 생태탐방원 이승호 전 원장(현 공단 지역협력부장)의 아이디어라고 직원이 귀띔했다. 그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근무 당시 이 사업을 구상했다고 한다. 국립공원 1호 명품마을인 다도해 관매도, 또 영산도 명품마을을 조성하면서 해 보고 싶었던 사업 방식이란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국립공원 생태탐방원 구내식당 위탁업체의 손익을 살펴봤다. 2019년 기준으로 북한산을 포함한 9개 구내식당 모두 적자였다. 비용 절감을 위해 저렴한 식사가 제공되면서 더 나빠졌다. 품질 저하가 이용자 감소로 이어져서다. 할머니들의 정성스런 손맛이 느껴졌던 생태마실밥상의 성공적인 안착 여부를 당장 알 수는 없다. 그러함에도 적지 않은 긍정적인 면들은 볼 수 있다. 국립공원공단도 마실밥상을 다른 지역에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부안에서 시작한 상생모델에서 초저출생·빠른 인구고령화·망국적인 포퓰리즘도, 노력과 의지에 따라 해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보았다. 이 희망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새해 들어 더욱 간절하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한국연금학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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