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강화에 '무기 부족' 우크라 궁지로
민간시설 파괴해 전의 꺾으려는 목적
우크라 접경 마을에 탄약 투하 '실수'도
러시아가 지난 연말부터 우크라이나 공격 수위를 바짝 끌어올리고 있다. 24시간 동안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100여 대를 투입하는 '물량 공세'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때리고 있는 것이다. 무기 부족으로 사기가 꺾인 우크라이나를 더 궁지로 몰아붙이는 동시에, 러시아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에만 미사일 99기... 젤렌스키 "계획된 테러"
영국 가디언과 우크라이나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부터 이달 2일까지 최소 500기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우크라이나 전역에 퍼부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일 "지난 닷새 동안 300기에 달하는 미사일, 200대가 넘는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며 "완전히 계획된 테러"라고 밝혔다.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 등 여러 무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날아들고 있다는 게 우크라이나 측 주장이다. 이날 하루에만 미사일 99발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을 타격했고, 이로 인해 최소 5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도 100명 이상 발생했다.
러시아가 물량 공세를 펴면, 이에 맞서는 우크라이나로선 보유 무기가 바닥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최근 급속히 줄어들었다. 실제로 러시아의 대규모 공세 이후 우크라이나의 무기 지원 요청은 한층 더 절박해졌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금 당장 필요하다"며 △추가 방공 시스템·탄약의 신속한 공급 △모든 유형의 전투 드론 △사거리 300㎞ 이상 장거리 미사일 등 5개 요구를 일일이 나열했다.
'우크라 무기 소진' 노리나... 푸틴, 대선 앞 건재 과시
러시아의 대규모 공세엔 이참에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 의지를 꺾겠다는 목적이 담겨 있을 공산이 크다. 직접 교전 지역이 아닌 후방 도시들도 때리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겨울에도 전력, 난방 등 에너지 기반 시설을 파괴해 우크라이나인을 추위와 암흑으로 몰아넣었다.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기업 우크레네르고는 2일 러시아 공습 여파로 키이우와 주변 지역 총 25만 가구가 정전됐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영국 국제안보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저스틴 브롱크 선임연구원은 '무기 부족을 호소하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러시아는 장거리미사일 생산량을 월 40기에서 100기 이상으로 늘리는 등 기세를 올리고 있다'는 점을 가디언 인터뷰에서 짚었다. 3월 대선을 앞두고 5선에 도전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선 전쟁 부각을 통해 자신에 대한 국민적 결집을 꾀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실수'도 일어났다. 러시아 공군은 2일 오전 우크라이나 국경과 접한 자국 내 보로네시의 한 마을에 비정상적으로 탄약을 투하했다. 이 사고로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민간 건물 6채가 파손됐다고 인테르팍스통신 등 러시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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