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도전 고심하던 최정우 포스코 회장
회장 후보추천위원회, '평판 조회' 여덟 명서 빠져
"거대 상장기업 CEO 별 이유 없이 물러나"
'3연임' 도전을 앞두고 있던 최정우 포스코스룹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빠졌다. 회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그를 심사 과정에서 탈락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KT에 이어 민영화한 기업의 경영권에 정부가 너무 많이 개입하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포스코홀딩스는 3일 4차 포스코그룹 회장 후보 추천위원회(후보추천위원회) 회의를 열어 지원서를 낸 내부 후보를 대상으로 1차 심사를 했고 다음 단계인 '평판 조회 대상자'로 여덟 명을 뽑았다고 밝혔다. 여기에 최 회장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최 회장 스스로 물러날 뜻을 밝힌 것인지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룹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심사 대상 중 한 명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심사를 통과한 내부 후보군에는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 포스코 본사와 계열사 고위 임원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결정은 국민연금공단이 차기 포스코그룹 회장 선정 과정에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나왔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포스코홀딩스 대표 선임은 내외부인 차별 없는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의 주요 주주(6.71%, 지난해 11월 기준)로 사실상 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포스코가 공사인가"
포스코그룹 내부의 동요와 후폭풍도 상당할 전망이다. 포스코에서는 "차라리 포스코를 공사로 만들지 그러냐"란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민영 기업의 경영권에 정부의 입김 아래에 있는 국민연금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으로 시장에 인식돼 기업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는 경고도 나온다. 실제 이날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3.18%포인트 떨어졌다.
김 이사장의 발언은 최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정부의 포스코 경영권 간섭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외이사들로 꾸려진 추천위원회가 정부 측 압력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던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날 포스코의 상황을 두고 지난해 구현모 전 KT 회장 연임이 무산된 선례가 재연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거대 상장기업의 현직 CEO가 별다른 이유 없이 물러나는 것은 시장에 굉장히 안 좋은 사인을 보내 기업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라며 "민영 기업 경영권에 국민연금 이사장이 구두 개입한 것은 선진국에서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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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위원회는 신뢰할 수 있는 외부 전문기관에 내부 후보들의 평판 조회를 의뢰해 8일까지 결과를 통보받을 예정이다. 이후 현재 모집 중인 외부 후보에 대한 평판 조회 결과까지 모아 17일 내외부 후보군을 합친 20∼30명 규모의 '롱 리스트'를 확정한다. 1월 말에는 다시 후보군을 다섯 명 안팎으로 압축하는 '쇼트 리스트'를 짜고 2월에는 최종 후보 한 명을 '파이널 리스트'로 결정한 다음 이사회에 추천한다. 포스코그룹 다음 회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확정되며 최 회장의 임기도 같은 달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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