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배드랜드'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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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리(안도 사쿠라)는 ‘3루 코치‘다. 야구장이 일터는 아니다. 일본 오사카의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일한다.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아내러 가는 자리에 경찰이 따라붙었는지 살피고, 이를 공범에게 알린다. 야구에서 주자가 홈까지 달릴지 아니면 멈출지 지도해주는 것과 같은 역할이라 ‘3루 코치’라 불린다. 네리는 조직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고, 돈벌이가 꽤 쏠쏠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빈민가에 산다. 어울리는 친구들은 술이나 약에 찌든, 나이 든 이웃들 정도다.
범죄조직에 은신하다
네리가 속한 범죄조직은 점조직이다. 윗선이 누군인지 알 수 없다. 야쿠자가 보호 명목으로 상납받고, 정치인들이 얽혀있다는 정도만 네리는 알고 있다. 네리를 관리하는 중간간부는 지사장으로 불리는 중년남성 다카키(나마세 가즈히사)다. 냉혈한인 다카키는 거칠지만 네리한테 은근히 잘해준다. 범죄자로서 오래 쌓은 노하우를 알려주고, 인생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네리는 다카키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애써 밀쳐내지 않는다. 네리는 어쩔 수 없이 범죄조직에 몸을 담고 있다. 그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친절하다. 새 삶을 꿈꾸며 도쿄로 오래전 떠났으나 수년 전 오사카로 돌아왔다. 네리는 누군가로부터 쫓기고 있다. 범죄조직은 그에게 은신처 역할을 한다.
동생 때문에 하게 된 선택
이야기는 세 가지 굵은 줄기로 전개된다. 네리의 사연에 보이스피싱 조직을 수사하는 경찰의 추격이 보태지고, 네리를 찾는 악랄한 젊은 부자의 욕망이 포개진다. 네리로서는 두 가지 위협에 놓여있는 셈이다. 여기에 위험스러운 변수가 하나 더 있다. 네리의 이부동생 조(야마다 료스케)다. 예측할 수 없는 성격이다. 결국 조는 네리를 곤경에 처하게 하고, 네리는 삶의 최대 변곡점을 맞는다.
영화는 범죄물로서 제법 매력적이다.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를 범죄 세계를 파고들며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아내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움직임을 그린 도입부가 특히 인상적이다.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하려는 일선 형사와 정치권 눈치를 보는 경찰 간부의 신경전이 더해지며 일본사회의 부조리를 슬쩍 들추기도 한다.
안도 사쿠라의 명연기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할 영화다. 네리는 남성 지배사회의 피해자다. 그를 쫓는 젊은 부자는 네리를 사랑한다 하면서도 자신의 욕구 충족 대상으로만 여긴다. 네리가 인생을 가를 중요한 선택을 할 때 부계가 아닌 모계를 중시한다는 점은 꽤 상징적이다.
명배우 안도 사쿠라의 연기는 여전히 빛난다. 범죄소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불량함을 표현하면서도 자신만의 선을 추구하는 네리의 양면성을 설득력 있게 묘사해낸다. 네리가 자신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사람들을 위해 마음 쓰는 모습은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뷰+포인트
일본 중견 감독 하라다 마사토가 연출했다. ‘세키가하라 대전투’(2017)와 ‘헬독스’(2022) 등 사극 전쟁물과 범죄물을 주로 만들어온 그의 세공술이 돋보인다. 액션을 보여주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인상적인 발단과 전개에도 불구하고 절정과 결말에서는 뒷심이 좀 약하다. 네리의 동생 조가 지나치게 느닷없이 행동에 나서면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거나 걸림돌이 제거되는 모습은 이야기의 재미를 덜어낸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개봉했고, 국내에서는 지난해 제12회 충무로영화제 폐막작으로 첫 소개됐다. 극장 개봉은 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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