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되고 있는 만큼 지난해(1.4% 추정)보다는 나아질 것이란 게 전망의 근거다. 지난해 3.6%나 오른 물가도 올해는 2.6%로, 다소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수출은 개선되고 있다지만 문제는 내수다. 고금리로 쓸 돈이 준 탓에 민간소비 증가는 지난해(1.8%)와 같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투자는 아예 1.2% 감소로 돌아설 것으로 점쳐졌다.
이런 상황에서 민생과 내수를 살리기 위해 물가 관리와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에 방점을 찍은 건 타당하다. 과일값 안정을 위해 관세를 낮춰 수입을 유도하고,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전기료와 2조3,000억 원 이상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로 한 대목도 주목된다.
그러나 지난해 젊은층의 영끌 매수를 부추긴 특례보금자리론이 종료되는데도 보금자리론을 계속 공급하고, 다시 신생아특례대출 등을 통해 주택 구입을 지원하겠다는 건 우려를 키운다.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된 사상 최대 1,871조 원의 가계 빚을 줄여야 할 정부가 더 늘리는 정책을 쓰는 건 곤란하다. 의무임대기간이 끝나지 않은 등록임대사업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주택을 팔 수 있게 하고, LH가 1만 호 이상 매입하도록 한 것도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 임차인이 거주 중 주택을 매입하면 취득세를 감면키로 한 건 결국 집을 또 사라는 뜻인데 지금 상황에서 적절한지 의문이다. 인구감소지역에서 '세컨드 홈' 구입 시 1주택자로 인정해주는 등 인구대책까지 부동산 연착륙에 초점을 두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경제구조 개혁에 대한 청사진과 로드맵을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중국과의 무역이 수교 31년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서고, 경쟁국이 모두 한국 반도체와 자동차·배터리 추격에 나선 상황에도 절박함을 느낄 수 없다. 제조업과 수출 주도의 성장이 한계인 상황에서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저성장 고착화를 어떻게 극복할지, 인공지능(AI) 시대에 젊은층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는 어떻게 창출할지도 답이 안 보인다. 이 정도 경제정책으로 과연 글로벌 복합 위기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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