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밍쥔 대만국가정책연구협회장 인터뷰
"중국 경제난에 양안관계 개선 수요 줄어"
"침공 시나리오 여전히 유력...당장은 아냐"
국민당 집권한다면 중국, '정치·경제적 통일' 시도할 것
오는 13일 실시되는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는 대만 독립주의 노선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와 친(親)중국 성향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맞붙은 구도다. 대만 문제를 두고 미중 갈등의 파고가 최고조에 달한 만큼 이번 선거는 과거 어떤 총통 선거보다 '미중 대리전' 양상이 강하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대만 유권자의 선택은 어느 쪽일까.
대만의 대표적 민간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대만국가정책연구협회를 이끌고 있는 리밍쥔 회장은 9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중국을 향한 대만인들의 회의감이 표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경제가 난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양안 간 경제협력 복원이라는 매력이 예전만 못하다. 중국과는 거리를 두고 독립적 정체성을 이어가고 있는 민진당의 '현상 유지' 노선 지지가 더 클 것"이라는 게 리 회장의 예상이다.
그는 또 "어떤 당이 집권하든 중국의 대만 통일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무력 침공 시나리오의 경우 미국의 개입을 저지할 중국의 준비가 덜 된 상황이라 단시일 내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에서 손꼽히는 양안(중국과 대만)관계 전문가인 리 회장은 일본 교토대에서 국제법을 전공하고 대만정치대 국제관계연구센터 연구원과 대만 동북아학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타이베이 중산구 사무실에서 리 회장을 만나 이번 선거에 담긴 외교적 의미와 전망을 물었다.
-이번 총통 선거는 대만에 어떤 의미가 있나.
"북한이라는 의제가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듯 대만 선거에도 늘 양안관계가 주요 의제로 등장한다. 이번 선거는 특히나 대만 문제를 둔 미중갈등이 어느 때보다 첨예한 시기에 열린다. 대만 1,950만 유권자에게 미국과 중국 중 한쪽을 택하라는 질문이 던져진 셈이다.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으로 보나.
"2020년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뒤 대만인들의 중국을 향한 경계심은 매우 높아진 상태다. 대만도 홍콩처럼 중국에 빨려들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또한 최근 중국이 심각한 경제난을 겪으며 중국 시장에 느끼는 매력 수준도 예전 같지 않다. 국민당 주장처럼 양안관계를 회복해 경제를 살리자는 구호가 큰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변이 없다면 민진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조금 더 커 보인다."
-민진당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중국의 양안관계 정책이 바뀔까.
"중국은 2027년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을 거쳐 2049년 신중국 건국 100주년을 맞는다. 그전까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해야 하는데 '대만 통일'이 수반돼야 한다. 독립 성향의 민진당이 재집권하면 당분간 평화통일 가능성은 떨어지고, 군사 압박 수위를 키울 수밖에 없다. 침공 시나리오도 중국 선택지 중 하나다."
-침공 시나리오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대만 침공은 미국의 개입을 저지해야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제1도련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을 연결하는 중국군 작전 반경) 봉쇄를 위해 중국은 최소 3, 4척의 항공모함이 등장해야 한다. 대대적인 군사 작전 대신 지휘부를 무력화하는 '참수작전'을 펼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진짜 침공할까.
"대만해협에서 미국이 버티고 있는 만큼 중국도 당장은 이를 시도하기 어렵다. 미국의 저지를 뚫을 정도의 준비는 되지 않았다. 독립선언 등 대만 정권이 과격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중국도 당분간 무력 통일에 나서진 않을 것이다."
-실제 대만인들은 침공 가능성을 우려하나.
"전쟁이 날 수도 있다는 외부 시선과 달리 정작 대만 내 우려는 크지 않은 듯하다. 대만은 주요 반도체 생산국이자 아시아에서 민주주의 체제가 수립된 곳 중 하나다. 전쟁이 발발할 때까지 국제사회가 내버려 두지 않을 것으로 여긴다. 국제사회의 공리적 정의에 대한 신뢰가 있달까."
-국민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경우 중국은 어떻게 나올까.
"정치 협상을 통한 평화 통일을 추진할 것이다. 고위급 대화가 이뤄지는 동시에 무역 활성화 등을 통한 '1중(一中) 공동 시장' 형성 등 양안 경제 통합 시도도 이뤄질 수 있다. 자연스럽게 대만 정치·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대만인들은 '평화 통일'을 용인할 수 있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중국과의 통일을 지지하는 답변은 채 10%도 되지 않는다. 반중 정서가 커지며 '현상 유지'에 대한 바람이 크다. 대만인들이 통일을 지지할 것이라는 게 중국 지도부의 생각이라면, 틀렸다."
-선거가 코앞이다. 중국의 막판 선거 개입 시도에는 뭐가 있을까.
"이미 대만 기업인들을 압박하거나 군사 시위에 나서며 선거 여론전에 개입했다. 유명 인사들의 국민당 공개 지지를 유인하는 식의 개입이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지난해 총통 후보 직을 내려놓은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가 국민당을 공개 지지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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