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김광호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기소 여부 결정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수심위)에 회부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지만, 검찰이 오락가락하며 1년 가까이 끌어온 사안을 이제 와서 외부 전문가에게 떠넘기는 건 다소 뜬금없다. 책임 회피성이란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이다.
외부 전문가 150~300명으로 구성된 수심위는 특정 안건의 수사 계속 여부, 기소 여부 등을 심의∙의결하는 대검찰청 산하 기구다. 안건이 회부되면 무작위 추첨을 통해 해당 안건을 심의할 위원 15명을 선정한다. 대검은 “이태원 참사 사건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김 청장과 최 서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게 작년 1월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서부지검은 김 청장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냈지만, 대검은 보완 지시를 내렸다. 이에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려 했지만 그 또한 보완 지시를 했다. 구속도 기소도 모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작년 9월 검찰 인사에 따라 교체된 새 수사팀은 결국 최근 불기소 의견을 대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김 청장 등에 대해 불기소 결정이 내려진다면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를 책임지는 윗선은 사실상 전무하다. 이미 경찰 수사 단계에서 주무장관, 시장, 경찰청장은 무혐의 처분되거나 내사 종결됐다. ‘꼬리 자르기’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두려워 수심위를 방패막이로 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러니 국회에서 진상 조사를 앞세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추진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미 검경 수사가 마무리돼 피해자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국민의힘 주장은 더더욱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수사에 대해선 아무런 책임도 없는 수심위가 불충분한 수사 결과를 토대로 불기소 의견을 낸다면 그건 누구 잘못인 건가. 어떤 결론이든 검찰의 몫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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