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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물러선 태영… 진정성 담은 추가 자구안 내놓길

입력
2024.01.09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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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서울 성동구 용답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공사장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태영건설 측에 임금체불 문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서울 성동구 용답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공사장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태영건설 측에 임금체불 문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그룹이 당초 채권단에 제시한 4가지 자구안을 모두 이행하기로 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물론 대통령실까지 압박에 나서자 꼬리를 내린 것이다. 추가 자구안도 곧 내놓을 방침이라는데, 또다시 무성의한 버티기로 원칙을 흔들 생각은 접어야 할 것이다.

태영이 당초 채권단에 제시한 자구안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및 블루원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4가지다. 하지만 이런저런 구실로 약속 이행을 회피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 원 중 659억 원만 태영건설에 지원한 게 대표적이다. 나머지 890억 원은 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보증 채무를 해소하는 데 썼다. 그러면서 “지주사 지원이 곧 태영건설 지원”이라는 억지를 부렸다.

오너 일가가 내놓은 돈도 484억 원뿐이었다. 이 중 윤석민 회장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416억 원)을 제외하면 실제 투입된 사재는 68억 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윤 회장은 이 돈도 TY홀딩스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인수하는 데 썼다. 연 4.6% 이자를 받으면서 사재 출연이라고 주장해 온 것이다.

정부와 채권단 압박에 태영 측은 결국 어제 오전 논란이 된 890억 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언제든 위험이 될 수 있는 우발채무 규모가 태영 측 주장에 따르더라도 2조5,000억 원이다. 이 정도 자구안으로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 채권단에 손을 내밀 수 있겠는가. 무려 12년 전인 2012년 금호산업 워크아웃 당시 박삼구 회장 일가가 내놓은 사재도 이보다 훨씬 많은 2,200억 원이었다.

태영 측은 윤 회장 보유 TY홀딩스 지분 담보 제공 등의 방식으로 추가 사재출연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다시 꼼수를 동원하거나 정치권력의 도움에 기대려 해서는 안 된다. 시장을 설득시킬 수 있는 건 진정성 담긴 자구노력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와 채권단도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도록 끝까지 원칙을 지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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