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선거여론조사 업체 30곳이 무더기 등록 취소된다. 총선 때 여론조사 공표가 가능한 업체가 전국 88개인 것을 감안하면 3곳 중 1곳 이상이 없어지는 것이다. 신뢰성에 의심이 가는 부실업체가 민심을 왜곡하는 사태를 막는 조치라 매우 고무적이다. 선거철만 되면 ‘떴다방식 여론조사’가 기승을 부려 공정선거를 해치고 국민적 피로감만 키워온 게 사실이다. 이에 선관위는 작년 7월 등록요건을 강화했고 12월 31일로 유예기간이 끝남에 따라 올해부터 자동적으로 시도별 등록 취소가 이뤄지는 것이다.
문제가 된 30개 업체 중 17곳은 2017년 선거여론조사기관 등록제 시행 이후 공표용 조사 실적이 전무했다. 3년째 실적이 없는 업체도 20곳에 이른다. 선관위가 느슨하던 등록 유지 요건을 분석전문인력 3명 이상, 상근직원 5명 이상, 연간 매출액 1억 원 이상으로 각각 상향한 조치가 이제 효과를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간판만 내건 업체가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번 조치에도 불구, 여론측정 여건조차 갖추지 못한 업체가 선거철 특수를 노리고 우후죽순 생겨나는 악습도 이참에 걸러내야 한다. 공천부터 본선거까지 대세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객관성과 신뢰성은 여론조사의 생명이다. 당장 총선 공천을 앞두고 부정을 막으려면 정당이 경선 여론조사를 수행하는 업체 선정과 관리부터 엄격해야 한다. 자동응답(ARS) 조사에서 흔히 나타나는, 응답률이 낮은 여론조사의 공표를 금지하는 등의 조치도 요청된다.
여론조사는 현대 민주정치의 근간을 이룬다. 국정지지도는 물론 사회적 갈등 사안의 찬반을 가려내고 국론을 모으는 주요 수단으로 여론조사가 활용되고 있다. 국민 의견을 반영하는 지표로 이보다 영향력이 큰 장치를 찾기는 힘들다. 이처럼 수치화된 민심의 왜곡을 막는 것은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여론조사가 민의를 왜곡하는 ‘여론조작의 주범’이 되지 않도록 선관위와 정치권 모두 추가 대책에도 중지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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