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항마' 급부상한 헤일리 전 대사
공화당 '큰손' 후원에도 지지율 답보 상태
트럼프엔 '극렬 지지층' 소액 후원 이어져
“돈으로 세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미국 거물들의 믿음이 시험대에 올랐다.”
11월 5일 미국 대선을 10개월가량 앞둔 7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내놓은 진단이다. 전통적인 공화당 정치자금 후원자들이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 대사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점찍고 거액을 지원했음에도 유의미한 반전이 일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주 체제에 헤일리 전 대사가 좀처럼 균열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대선 데이터 추적업체 애드임팩트 등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는 최근까지 캠페인 광고에만 최소 5,000만 달러(약 658억 원)를 집행했다. 특히 이달 15일 미국의 모든 주(州) 가운데 처음으로 공화당 경선 투표(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리는 아이오와주에만 최소 2,5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지출액보다 950만 달러나 더 많다. 켄 그리핀 시타델 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등의 지지를 등에 업은 결과다.
폴리티코는 헤일리 전 대사 후원자들을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집단”이라고 표현했다. 공화당의 ‘큰손’들이 헤일리 전 대사를 돕는 건 ‘좀 더 통제 가능한 인물’이라는 판단에 기인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각종 사법 리스크에 휘말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막대한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대의명분도 있지만, 기성 정치권이나 기득권 세력보다 극렬 지지층에 호소하는 그에 대한 거부감이 결정적 이유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자금 상당 부분을 지지자들의 소액 후원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톰 탠크레도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기득권 인사들은 돈으로 통제할 수 없는 트럼프를 매우 경계한다”며 “(그들에겐) 헤일리가 이 사태를 해결할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헤일리 전 대사도 거물 후원자들의 바람을 이뤄주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두 번째 경선 투표(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열리는 뉴햄프셔주를 제외하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전히 압도적 1위다. 되레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헤일리 전 대사를 “기존 후원자의 주머니 안에 있다”고 조롱하며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정치단체 ‘링컨프로젝트’의 설립자 마이크 마드리드는 “(거물 후원자에게 의존하는 건) 화약 시대에 최고의 활을 갖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며 “적수에게 약간의 피해를 줄 순 있지만, 전투에서 승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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