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연 남우주연상, 앨리 웡 여우주연상
아시아계 남우주연상은 81년 역사상 최초
리미티드 시리즈 작품상까지.. CNN "역사적"
“내 스스로에게 말하던 이야기는 고립과 외로움의 것들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이) ‘겨울왕국’ 줄거리처럼 느껴지네요.” 재미동포 배우 스티븐 연의 목소리는 떨렸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을 언급하자 객석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헌신적 사랑과 보호, 선의의 긴 선상에서 수상을 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쳐 할리우드 중심부에 우뚝 선 아시아계 배우의 소회가 느껴지는 수상 소감이었다.
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은 아시아계의 약진이 두드러진 자리였다. 스티븐 연이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비프)’로 TV 리미티드 시리즈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스티븐 연과 연기 호흡을 맞춘 중국계 미국 배우 앨리 웡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성난 사람들’은 TV 리미티드 시리즈 드라마 부문 작품상까지 거머쥐며 3관왕에 올랐다.
2022년 '오징어 게임' 오영수 이후 영예
골든글로브 81년 역사상 TV 드라마 전 부문에서 아시아계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스티븐 연이 처음이다. 앨리 웡은 TV 리미티드 시리즈 부문에서 아시아계로서는 여우주연상을 최초로 안았다. 골든글로브는 드라마 관련 상을 TV 시리즈 드라마와 TV 리미티드 시리즈 드라마 부문으로 나눠 시상하고 있다. 리미티드 시리즈는 시즌제를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어진 드라마를 통칭한다.
골든글로브는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각 부문 후보와 수상 결과를 결정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들이 백인 남성 위주로 구성돼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시아계의 활약이 조금씩 눈에 띄고 있다. 재캐나다동포 배우 샌드라 오가 2006년 ‘그레이 아나토미’로 TV 시리즈 드라마 부문 여우조연상을, 2019년 ‘킬링 이브’로 여우주연상을 각각 받았다. 2022년에는 배우 오영수가 ‘오징어 게임’으로 TV 리미티드 시리즈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미국 CNN방송은 ‘플라워 킬링 문’의 릴리 글래드스턴이 미 원주민으로는 처음으로 드라마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과 더불어 스티브 연과 앨리 웡의 수상을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10부작 드라마 ‘성난 사람들’은 아시아계가 뭉쳐 만든 아시아계 미국인 이야기다.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 운전으로 시비가 붙은 한국계 남성 대니(스티븐 연)와 중국계 여성 에이미(앨리 웡)가 복수를 주고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통해 미국 내 아시아계의 삶을 들춘다. 재미동포 이성진 감독이 각본을 썼고, 마지막 회를 연출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일본 감독 히카리가 연출에 동참하기도 했다. 영 마지로와 조셉 리, 데이비드 최, 애쉴리 박, 저스틴 민 등 재미동포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고, 일본계 미국 배우 패티 야스타케가 나오기도 했다.
이성진 감독 "더 많은 시즌 준비돼 있다"
‘성난 사람들’은 지난해 4월 공개된 후 넷플릭스 시청시간 10위 안에 5주 동안 이름을 올리며 인기를 모았다. 15일 열릴 제75회 에미상 TV드라마 리미티드 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영 마지로, 조셉 리), 여우조연상(마리아 벨로), 감독상(이성진, 제이크 쉬레이어), 각본상(이성진) 후보이기도 하다. 이성진 감독은 시상식 후 기자들과 만나 “‘성난 사람들’은 리미티드 시리즈로만 논의돼 왔으나 더 많은 시즌은 언제나 준비돼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화 쪽에서는 ‘오펜하이머’가 강세를 드러냈다. 드라마 영화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킬리언 머피)을 받았고, 영화 전체 부문에 수여하는 감독상(크리스토퍼 놀런)과 남우조연상(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음악상을 수상했다. 뮤지컬ㆍ코미디 영화 부문 작품상은 ‘가여운 것들’, 남우주연상은 ‘바튼 아카데미’의 폴 지애매티, 여우주연상은 ‘가여운 것들’의 에마 스톤이 각각 받았다. 장편애니메이션상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수상했다.
수상 기대를 모았던 재캐나다동포 감독 셀린 송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무관에 그쳤다. 5개 부문(드라마 영화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비영어 작품상) 후보에 올랐으나 빈손으로 돌아갔다.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프랑스 영화 ‘추락의 해부’가 각본상과 비영어 작품상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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