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본다.
우리나라의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 생산능력은 세계 5위, 수출액은 세계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다. 재작년의 경우 석유제품은 반도체에 이어 우리나라 수출액 2위를 차지했다.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산업은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국가 기간산업이자 효자 산업임에 틀림없다.
특히 우리가 생산한 항공유는 전 세계 수출액 1위다. 미국으로의 수출액이 전체의 38%로 제일 많다. 미국은 전 세계 1위 항공유 소비 국가로 30%를 차지한다. 미국의 전체 항공유 수입 중 우리나라가 수출한 것이 52%나 차지하여 1위다. 이렇게 항공유는 우리나라 정유산업 부가가치 창출의 중요한 원천 중 하나다.
2021년 20억 명이었던 세계 항공 승객 수는 2050년이 되면 100억 명으로 5배가 될 전망이다. 항공유 생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석유 기반의 항공유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구 전체 배출량의 2.1%를 차지하는 항공부문의 탄소배출 때문이다. 탄소 저감을 위해 육상 교통수단은 점차 전기차로 대체될 것이다.
하지만 항공기는 무게를 조금이라도 더 줄여야 하기에, 장시간 운행에 필요한 배터리를 잔뜩 싣는 전기화는 사실 불가능하다. 결국 SAF(Sustainable Aviation Fuel)라 불리는 바이오항공유가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SAF가 항공부문 탄소배출 감소분의 약 65%까지 기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항공기구는 2027년부터 193개 회원국의 SAF 활용을 의무화했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SAF의 사용을 의무화한다. 사용 비율을 2025년 2%에서 2050년까지 70%로 확대한다. 미국은 2030년 10%에서 2050년에는 100%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근거하여 자국 내 생산되는 SAF에 리터당 0.33~0.46달러의 세제 혜택을 부여할 예정이다.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SAF 투자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 자국 내 SAF 수요가 전체 항공유의 10%에 달한다고 예측하면서 수입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아시아의 SAF 시장 규모가 22조 엔으로 전망된다며 충분한 SAF 제조능력을 갖출 전략을 마련했다. 이에 자민당에서는 SAF 리터당 30엔의 세액공제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작년에 대한항공이 인천-LA 노선 화물 항공기 운항 시 SAF 혼합을 총 6차례 성공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도입 계획은 아직 수립되지 못했다. 잘못하면 우리의 시장을 외국사에 내어주면서 기존 항공유 시장에서의 입지마저 잃을 수 있다. 게다가 일본 주요 공항 대비 역내 허브 공항으로서의 지위까지 상실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민간이 '원팀(One Team)'으로 우리 상황에 맞는 SAF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SAF의 생산·판매 허용을 위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령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SAF의 생산·판매·유통 과정상 적법한 정부 인정기준도 수립해야 한다. SAF의 조기 도입 및 활성화를 위해 국내 정유사를 보호하면서 적극적인 시장조성 노력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국내 SAF 생산 및 사용에 대해 보조금 지급 또는 세제 혜택 등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정유사가 일부 부담하고 있는 기후대응기금의 일부를 SAF에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그 결과는 국내 정유사의 수출경쟁력 유지로 인한 부가가치 및 일자리 창출의 지속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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