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남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사흘 연속 서해에서 포 사격을 감행하자 우리 군은 그제 “적대행위 금지구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동안 중단해온 완충지대 훈련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북한이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데 이어 사실상 우리도 폐기 공식화 수순으로 들어서며 남북한의 안전판은 사라지고 무력 충돌 가능성은 커졌다.
합동참모본부의 조치는 북한의 도발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2018년 체결된 9·19 합의는 육상·해상 완충구역 설정,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철수, 전방 비행금지구역 설정,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등이 골자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3,600회 이상 위반했다는 게 우리 군의 설명이다. 더구나 지난해 11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우리가 전방 비행금지 효력을 정지하자 북한은 곧바로 GP를 다시 설치하는 등 노골적 합의 파기에 나섰다. 이제 완충구역까지 사라지며 한반도 정세가 엄중해진 만큼 빈틈없는 경계와 한미 동맹의 압도적인 억지력을 통해 감히 추가 도발은 꿈도 못 꾸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북한의 오판이나 오인으로 인한 우발적인 무력 충돌에 대해서도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그러나 7차 핵 실험과 4월 총선 일정 등에 맞춰 한반도 위기를 일부러 고조시키려는 북한의 전술에 우리가 휘말리는 것도 곤란하다.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도발에 '즉강끝(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을 외칠 순 있지만 이런 즉자적 대응이 북한의 노림수일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쪽으로 포 사격을 한 날 일본 총리에겐 '각하'를 칭하며 지진 위로 전문을 보내고 대남 심리전에 나선 것도 석연찮다.
3년 4개월 만에 열린 역대 통일부 장관 신년 인사회에선 우리가 북한을 닮기보다 북한이 우리를 닮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북한의 도발엔 단호하게 대응하면서도 북한의 술책엔 넘어가지 않는 냉철한 판단과 진중한 행동으로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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