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홍삼 제조 전문기업 부산 해운대 '진삼가'
아시아, 중동, 유럽 등에 수출 계약과 시장 개척
9증9포 증숙·추출 특허 기술력, 품질 모두 갖춰
수십억 원 규모 신규 공장 증설 투자 유치 진행
편집자주
지역경제 활성화는 뿌리기업의 도약에서 시작됩니다.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고군분투하는 전국의 뿌리기업 얘기들을 전합니다.
대한민국은 인삼 종주국인가.
인삼은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자라지만 한반도에서 나는 고려인삼은 1,500년 전부터 최고의 약재로 쓰였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토종인삼을 통칭해 고려인삼이라고 하는데 지금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홍콩 인삼시장에서 고려인삼이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위세는 예전만 못하다. 캐나다나 미국 등의 화기삼과 중국 전칠삼에 밀려 세계시장 점유율이 3.2%까지 떨어졌다. 이에 원조 K푸드인 고려인삼의 명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 해운대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는 홍삼 제조 전문기업 ‘진삼가’의 김명범 대표가 해외 시장 공략에 힘을 쏟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그는 “고려인삼의 명성과 종주국의 자존심을 부활시키겠다는 일종의 소명 의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삼 한 뿌리 나지 않는 스위스 제약기업이 인삼추출물로 세계 면역식품 시장을 석권하고, 미국과 캐나다, 중국이 세계 인삼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우리도 서둘러 바이오적 접근과 기술 개발로 세계 시장에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판매에 기술투자 유치도
진삼가는 제품의 우수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2월 한·아랍에미리트(UAE) 경제사절단 100개 기업에 포함돼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에 참여했다. 당시 UAE 수도 아부다비에 있는 에이블트레이딩컴퍼니와 초도 수출 물량 50만 달러 규모로 계약을 했다. 같은 해 필리핀에 이어 올해는 일본과 베트남 등의 에이전시와도 손을 잡고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수출에 나선다. 우선 올 상반기 중에 일본으로 2억 원가량의 물량을 공급한다. 현재 일본 후생성 인가까지 끝난 상태다. 김 대표는 “두바이 왕자가 회사 본사를 직접 방문해 전 제품에 대한 시음테스트는 물론 생산시설까지 둘러보면서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네팔, 오스트리아, 모잠비크 등에도 샘플을 공급하고 수출 활로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베트남과 중국의 경우 전직 농림수산부 장관과 과학기술부 1급 서기관 등 다수의 관료들이 지난해 4월과 11월, 진삼가 공장을 찾기도 했다. 김 대표는 “생산기지 해외 이전 및 기술 이전 제안을 받았지만 국내 기술 특허와 인삼 종주국의 지위 등을 감안해 고사했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성을 통해 한국 인삼이 아닌 미국 인삼을 진삼가의 특허기술로 생산하고 싶다는 취지의 제안도 들어와 기술투자 협의도 진행되고 있다. 고려인삼 종주국의 기술력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진삼가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온라인 쇼핑몰인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를 통해 중국 역직구(해외 소비자가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형태)도 기획하고 있다.
특허 바탕으로 우수한 품질로 승부수
진삼가는 2010년 세계 최초로 9증9포 홍삼 증숙 및 추출기에 관한 13종의 특허를 바탕으로 홍삼을 만들고 있다. 9증9포란 저온에서 서서히 9번을 찌고 9번을 말리는 과정을 통해 발효 숙성하는 방식이다. 유효 성분의 유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면역강화 성분인 홍삼의 사포닌인 진세노사이드는 온도에 민감해, 90도 이상의 고온에서 함량이 크게 줄어드는 특성이 있다.
김 대표는 “인삼을 찌고 말리는 과정에서 진세노사이드나 홍삼 다당체같이 인체에 유익한 성분의 손실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0.1도의 온도까지 제어하는 초정밀 특허기술 등이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술 개발에 10여 년간 100억 원가량이 투입됐다. 덕분에 진삼가 제품은 다른 제품에 비해 5~12배 이상 높은 진세노사이드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진삼가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업계 1위인 타 회사 동일 제품보다 진세노사이드 함량이 5배 많다는 사실을 인증받아 비교 광고를 내기도 했다.
진삼가는 본사가 있는 부산 지역에 직영 또는 가맹점 10여 곳을 두고 있다. 전남 광주와 경북 경주, 경남 진주 등에도 가맹점이 있다. 그러나 제품 수요가 점점 늘고 있어 신규 공장 증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수십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에 서울사무실을 개설했고, 상반기 중 서울 동대문과 경기도 일산에도 수도권 매장을 열 예정이다. 김 대표는 “단순히 매출 증가가 아닌 한 분야의 글로벌 강소기업이 되려면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탁월한 제품 품질을 통해 소비자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