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TF 121조... 작년 160종↑
'분산 투자+간편한 매매' 이점
'반도체', '금리' 테마 올해도 주목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목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어요. 지난해 말 국내 시장에서 ETF에 투자한 돈(순자산총액)은 총 121조657억 원(한국거래소)이라고 하는데요. 6월 말 100조 원을 돌파한 지 반년도 안 돼 20조 원이 추가 유입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요.
'ETF가 대중화했다'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지난해 코스피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의 3분의 1(33.4%)이 ETF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죠. 이 중 개인투자자 자금은 절반 수준(45.3%)에 이르고요. 투자자 관심이 높은 만큼 신규 상장 종목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요. 지난해엔 160개 종목이 새로 상장되면서 2022년 세웠던 신기록(139개 상장)을 1년 만에 깨버리기도 했어요.
국내 ETF 시장 성장 속도는 해외와 비교해도 눈에 띄게 빨라요. 지난해 국내 시장 ETF 순자산총액 성장률은 54.2%로, 글로벌 시장 성장률(19%)의 3배에 가까웠어요. 시장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각종 지표의 순위도 높아요. 지난해 국내 시장의 일평균 ETF 거래대금은 세계 3위, 상장 종목수는 4위였고요, 순자산총액은 11위를 차지했어요.
ETF, 계속 찾는 이유는
ETF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요. 많은 분이 '분산 투자'라는 펀드의 장점과 '쉽게 사고팔 수 있다'는 주식의 장점이 결합됐다는 사실을 꼽을 거예요.
ETF는 특정 지수와 수익이 연동된 상품이에요(시장에서는 이를 '특정 지수를 추종한다'고 표현해요). 그래서 해당 지수의 구성 종목에 모두 투자하는 것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3만 원에 샀다면, 단돈 3만 원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코스피 상위 200위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에요. 주요 지수 편입 종목들은 실적에 따라 주기적으로 교체(리밸런싱)되기 때문에 투자자가 직접 구성 종목을 변경하지 않아도 돼요.
사고팔기도 편해요. 이름은 '펀드'지만 약정된 환매시점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양만큼 사고팔 수 있어요. 주식 시장에 상장돼 주식 종목처럼 거래되기 때문이죠. 시세, 편입 종목 변경 등에 관한 자산운용사 공시 등 상품 관련 정보를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으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주식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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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도 다양해졌어요.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 입맛에 맞는 ETF를 계속 고안해 내기 때문이에요. 지난해 '광풍'이 불었던 2차전지주를 한 바구니에 담는 등 투자자가 선호하는 업종을 묶기도 했고요. 금, 은, 원유, 부동산처럼 상품 가격을 추종하는 ETF도 있어요. 최근엔 '미국테크TOP10', '유럽명품TOP10'처럼 업종(테마) 상위 10개 종목만 담은 상품도 등장했어요.
투자 전략에 따른 상품으로는 배당 ETF가 있어요. 배당일이 다른 종목들을 묶어 주기적으로 현금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상품인데요. 해외주식 배당 주기가 국내주식보다 짧고 배당시기도 제각각이라는 점을 이용했어요. 더 안정적인 수익원을 찾는 투자자를 위해 지난해엔 각종 주식 배당금을 모아 다달이 월급처럼 나눠주는 '월분배' 상품이 개발되기도 했어요.
올해 ETF 투자한다면...
이렇게 많은 ETF 중 올해는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요.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은 '고금리 시대'에 착안해 양도성예금증서(CD),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등 단기 시장금리에 연동되는 ETF를 많이 찾았다고 해요. 수익률은 미국 나스닥지수, 반도체, 기술주 연동 상품들이 높았고요.
반도체, 금리 테마는 올해도 주목도가 높을 것이란 전망이에요. ①반도체는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과 관련이 깊어요. AI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메모리 반도체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생성형 AI는 올해 개발 경쟁에 가속이 붙으면서 스마트폰, 가전, 자율주행, 로봇, 금융 등 일상 전반에 빠르게 확산할 것이란 예상(김동원 KB증권 연구원 등)이 많아요. 그만큼 반도체주 몸값이 올라갈 것이란 기대가 뒤따르고요.
②금리 테마의 경우, 올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예고했지만 인하 속도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에서 수요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에요.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이 찾았던 단기 시장금리 ETF 종목에 대해 "하루만 투자해도 이자가 반영되는 수익 구조로 인해 소위 '파킹통장 ETF'로 지칭된다. 지난해 자산시장 변동성 확대, 조정 국면에서 활용도가 검증되었다"며 당분간 리스크 회피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점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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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리츠(REITs) ETF에 대한 언급도 있어요. 인하 속도의 불확실성보다는, '연준이 올해 금리 3회 인하를 예고했으니 부동산업 자금 조달 부담이 낮아지지 않겠냐'는 기대감에 보다 방점을 둔 시각이죠.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양호하니 부동산 수요가 꾸준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리츠에 힘을 싣고요.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미 지난달 미국 부동산 ETF에는 정보기술(IT) ETF와 유사한 수준인 20억 달러가 유입됐다고 해요. 참고로 리츠는 소액 투자자 자금을 모아 부동산 또는 부동산 관련 자본에 투자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회사예요.
이런 예상들을 반영해 삼성자산운용은 3일 올해 ETF 키워드로 'D.R.A.G.O.N'을 제시했어요. 'R', 'A', 'G'는 각각 '리츠', 'AI와 로봇', '수입 확보(Guaranteed Income)'의 앞글자예요. 'D'는 배당(Dividend)을 뜻하는데, "금리 하락 시기 미국 회사채 ETF에 투자해 매달 이자를 받으면서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에요. 그밖에 실적이 우수한 기업에 주목하라는 의미에서 'O(Outlier)'를, 인도 등 미국 중심 신(新)공급망 국가의 수혜가 예상된다며 'N(Next China)'을 추천했어요.
내 입맛에 맞는 ETF 만들어 볼까
투자 고수를 위한 팁. 마음에 드는 종목이 없다면 직접 ETF를 만들어 투자할 수도 있어요. 지난해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출시한 '다이렉트 인덱싱(Direct Indexing)' 서비스를 활용해서요. 다이렉트 인덱싱은 투자자 개인의 선호, 성향, 투자 목적에 따라 지수를 직접 구성해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에요.
미국에서는 다이렉트 인덱싱이 절세 전략으로 활용된다고 하는데요. 국내 시장의 경우 "개인 투자자가 많고, 직접 투자가 대중화한 시장이라 다이렉트 인덱싱의 기대효과가 클 것"(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라며 차세대 투자전략으로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난해 나왔어요.
두 증권사 모두 이용 방법은 비슷해요. 증권사가 제시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개별 종목을 더하고 빼거나, 종목 비중을 변경하는 식으로 '나만의 ETF'를 만들 수 있어요. 투자 고수일수록 더 섬세하게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겠죠.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증권사가 제시한 구성을 그대로 따라도 되고요. 포트폴리오 확정 이후엔 예상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만족한다면 지정한 편입 종목을 매수, 그렇지 않으면 다시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수 있어요. 투자 이후에도 리밸런싱할 수 있고요.
투자자가 직접 만든 ETF 성적은 어땠을까요. KB증권이 지난해 6월 16일 자사 고객의 다이렉트인덱싱 모의투자 성과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전략의 30%가 3% 이상 수익률을 보였다고 해요. 물론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예상 수익률임에 유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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