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상 22대 총선 지역구 후보로 출마하려는 공직자들은 선거 90일 전인 오늘까지 사직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출신'임을 앞세워 총선에 나서려는 전현직 고위 인사들은 현재 50여 명에 달한다. 총선 출마 준비로 공석이 된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장·차관급과 대통령실 참모들에 대한 후속 인사도 마무리 단계다.
역대 정권에서도 정부·대통령실 출신 공직자들의 총선 출마를 위한 사퇴는 반복됐다. 그러나 이번엔 재임 기간이 3개월에 불과한 장관까지 차출되는 등 그 정도가 상당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국정 경험과 전문성 등을 갖춘 관료와 대통령 주변 인사들을 대거 투입한 것은 여권이 총선 승리 총력전에 나섰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러나 막상 공천 시점이 다가오면서 이런 총력전의 효과에 대해 의문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보수텃밭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영남 출마를 고집하기 때문인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뒷말이 나온다. 윤 대통령 핵심 참모였던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이 부산 수영 출마를 노리고, 한창섭 전 행안부 차관은 경북 상주·문경 출마를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당으로선 총선 승리를 위해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역인 지역구, 이른바 험지 탈환이 절실한데 경쟁력을 갖춘 인사들이 공천이 곧 당선인 양지만 좇고 있다는 것이다. 영남 65개 지역구 중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인 곳은 56개(86%)에 달한다. 벌써 당내 과열 경쟁이나 내리꽂기 공천에 대한 우려가 들리는 이유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전희경 전 정무1비서관 등이 험지 출마 의사를 밝힌 것과 대비된다.
꽃길만 찾는 것은 '윤석열 정부 성공'이란 출마 명분과도 상충한다. 민생 현안 해결보다 당선 가능성이 우선이라는 인식으로 총선에 나선다면 유권자,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관직과 대통령실 경력이 선거 출마용에 불과하단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여권은 윤 정부 고위직 총선 출마에 대해 59%가 '부정적'이라고 답한 여론조사 결과(지난달 4~6일 전국지표조사)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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