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자동차 한 대 없이 전시관 꾸며
기아, 미래 모빌리티 바꿀 제조 혁신
현대모비스, 환호성 터진 신기술
9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시작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 현대차그룹의 전시장은 손꼽히는 인기 장소였다.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전시장(축구장 1개 크기)을 꾸렸는데도 관람객이 몰리면서 200m 이상 대기줄이 이어져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비록 오래 기다려야 했지만 전시장을 둘러보는 사람들은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됐다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동차 없는 자동차 회사 전시장
특이하게도 이 전시관에는 자동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현대차는 2022년 대비 세 배가량 큰 규모(2,010㎡)의 전시 부스를 마련했는데도 멋진 새 자동차 모델을 소개하는 대신 수소와 소프트웨어(SW)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현대차는 최근 가장 공들이는 수소 생태계에 대한 생각을 자세히 꺼내 보였다. 전시장에는 수소 생태계를 ①생산 ②저장·운송 ③활용 등 세 단계로 나눠 실제 쓰일 기술을 살펴볼 수 있는 미디어 테이블이 줄줄이 놓여 있었다. 테이블 화면에는 현대건설, 현대로템 등 계열사들의 청정수소 생산·이동·저장을 위한 기술 등도 나타났다.
그다음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미래형 모빌리티 콘셉트를 개인, 사회, 도시로 나눠 각기 다른 이동 수단과 활용 방안을 설명해 둔 전시물이었다. 이를 현대차는 각각 '다이스'(DICE·개인 이동 수단) '스페이스'(SPACE·공공 이동 수단) '시티팟'(CITY POD·대형 이동 수단)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들은 모두 수소 에너지를 쓰고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또 운전석이 없고 탑승객과 대화를 통해 목적지 설정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간은 좌석을 빼고 3개 면이 투명 유리창으로 돼 있다. 특히 시티팟은 이동 수단을 뛰어넘어 수명이 다한 경우 도심 시설물로 고정돼 에너지를 공유하는 식으로 재활용될 수 있어 환경친화적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SW 분야에서 지금까지 연구·개발해 온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관련 기술들을 꺼내 보였다. 특히 이날 현대차의 SDV 개발 자회사 포티투닷은 삼성전자와 전장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Exynos Auto)를 활용해 SDV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자동차도 비스포크' 가능하게 한 기아의 신기술들
기아 전시장에는 목적 기반 차량(PBV) 콘셉트 라인업과 최신 기술이 대거 펼쳐져 있었다. 이 회사는 이날 전시장을 '영감을 주는 공간'이라는 주제로 구성하고 PBV 콘셉트 라인업 5종과 PBV 혁신 기술을 꺼내놓았다. 특히 전날 첫선을 보인 중형 PBV 콘셉트 모델 PV5는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맞춤 생산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이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우선 PV5는 운전석 뒷부분이 쉽게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모듈 형식으로 설계됐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화물차로 사용하다가 캠핑카로 바꾸고 싶다고 하면 자동차 정비 공장에서 화물 공간을 떼어내고 캠핑카 공간을 바꿔 얹는 식으로 어렵지 않게 변경이 가능하다. 기아 관계자는 "이 기술을 이지스와프(easy swap)라고 이름 붙였다"며 "소비자는 하나의 차량을 이동 사무실, 리무진, 캠핑카 등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아는 또 관람객에게 다이내믹 하이브리드라는 기술도 선보였는데 이 회사가 소비자 요구에 맞게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아는 자동차 구조를 단순화해서 프레스, 도장, 용접 등의 공정 없이도 원하는 크기와 모양으로 차량을 만들 수 있게 했다. 개인이 서랍장을 배송받아 직접 끼워 맞추는 것처럼 단순한 조립만으로 차량 생산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기아 관계자는 "연구·개발(R&D)이 마무리되면 자동차도 소비자 맞춤형으로 공장에서 만들어 전달하는 식으로 바뀔 것"이라며 "핵심 기술은 거의 완성이 됐기 때문에 다른 자동차 회사가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가 게걸음 주행, 제자리 회전하자 관람객들 '와우'
이날 현대모비스 전시장에서는 연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자동차가 바퀴를 90도에 가깝게 꺾어 게걸음 주행, 대각선 주행, 제자리 회전 등을 선보이자 이를 본 관람객들이 놀라움을 표현한 것이다.
이 회사는 이날 차세대 전기차 구동 기술인 e코너시스템이 들어있는 실증차 '모비온'(MOBION)을 공개했다. 이 시스템은 네 개의 바퀴를 제각각 움직일 수 있게 제어하는 기술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는 한 개의 대형 모터가 4개의 바퀴를 돌리는 방식"이라며 "대신 4개의 소형 모터를 바퀴 안에 넣어 각 바퀴가 독자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일부 관람객에게 전시 기간 모비온에 탑승해 평행 주행(게걸음 주행)이나 제자리 회전, 대각선 주행 등을 체험할 수 있게 했는데 이를 경험해 보려는 관람객의 줄이 하루 종일 길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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