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수에즈 항로 화물선에 미사일 위협에
상하이-유럽 운임 사태 전보다 세 배 이상↑
국내 최대 국적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이 홍해~이집트 수에즈 항로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방향으로 우회해 북유럽과 지중해로 가는 임시 선박을 긴급 투입한다. 최근 홍해~수에즈 항로에서 예맨 후티 반군이 민간 선박을 향해 공격을 이어가면서 항로를 바꾸길 바라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HMM은 국내 기업의 원활한 수출을 위해 유럽·지중해 노선에 임시 선박 네 척을 추가 배정한다고 10일 밝혔다. 북유럽 항로에 1만1,000TEU(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한 척을 투입, 18일 부산에서 출발할 예정이다. 지중해 노선을 오갈 4,000∼6,000TEU급 컨테이너선 세 척은 각각 15일, 29일, 2월 4일 부산을 떠난다.
HMM은 화물선들의 남아공 희망봉 우회로 운항 일수가 기존 대비 보름 이상 늘어났고 이달 중순 이후 유럽으로 향하는 선복(선박 내 화물을 실을 공간)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여유 선박이 없는 상황에서 임시 선박을 보내기 위해 다른 노선의 선박을 재배치하는 등 운영상 어려움이 생겼다"면서도 "국내 기업들이 수출을 조금이라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예맨의 친이란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에 맞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홍해 항로의 민간 선박들을 공격했다. 지난해 11월 19일 이스라엘 관련 화물선을 나포한 것을 시작으로 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해 화물선 등 민간 선박을 위협해왔다.
이에 따라 많은 화물선이 남아공 희망봉 항로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그 결과 화물선 공급은 부족해지고 운임은 폭등하는 물류대란이 빚어졌다.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에 따르면 상하이-유럽 항로 컨테이너 해상운송 운임은 지난해 11월 24일 1TEU당 779달러에서 1월 5일 1TEU당 2,871달러로 세 배 이상 치솟았다.
"유럽 수출 선박 못 구한 한국 화주에 도움 주려"
하지만 HMM 측은 "이번 선박 투입은 운임 상승을 노린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신 "유럽 수출을 해야 하는데 선박을 구하지 못한 한국 화주의 수출에 도움을 주기 위한 민관합동 조치"라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도 이날 "국적선사 선박의 가용 공간에 한국발 물량을 최우선으로 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출발한 HMM 화물선은 중국 상하이·닝보, 싱가포르 등을 거쳐 북유럽, 지중해로 향한다.
해수부는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해운빌딩에서 송명달 차관 주재로 홍해해협 통항 중단 수출입물류 비상대응반 첫 회의를 갖는다. 회의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한국해운협회, HMM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송 차관은 회의에서 "해수부는 사태 확산에 대비해 우리나라 수출입 물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사 등과 함께 국내 화주의 수출을 위한 선복 공급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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