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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 시대의 책읽기

입력
2024.01.13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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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매주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100권이 넘는 신간이 쌓입니다. 표지와 목차, 그리고 본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글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읽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출판 기자가 활자로 연결된 책과 출판의 세계를 격주로 살펴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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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waste a single second!"(1초도 허비하지 마세요!)

올해 떠오른 금언이라고 합니다. 1분 1초를 다투는 소위 '분초사회'에서는 시간이 돈보다 우선입니다. '시성비(時性比)'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습니다. 말하자면 '시간의 가성비'를 따지는 시대지요. 난데없이 신조어 이야기를 장광설로 펼치는 까닭은 요즘 독서 트렌드를 얘기하고 싶어서예요. 이제는 독서도 시간과의 싸움. 독자들은 책 한 권을 고를 때도 읽을 때도 시성비를 앞세웁니다.

서점가에는 금쪽같은 독자의 시간을 아껴주겠다는 책이 넘쳐납니다. 성공한 사람들이나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쓴 자기계발서류 실용서가 인기를 끌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2배속, 3배속으로 살 수 있을까'를 고심하는 독자들에게 자질구레한 고민 없이 핵심 정보를 재빠르게 요약해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결론까지 내주는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요. 시험 문제의 답을 짚어주는 족집게 선생님처럼 말입니다.

출판 기자 앞에는 매주 100권이 족히 되는 책 무더기가 쌓입니다. 이 바쁜 시대에 감히 독자들에게 권해도 부끄럽지 않을 책을 고르는 동안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저자와 찬찬히 대화를 나눠봐야 하는, 시간의 여백이 필요한 책들을 마주할 때 특히 그랬습니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던 날,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어요. 적어도 10여 권의 책을 추리는 동안엔 '시성비'를 지양하자. 밤낮없이 시간을 뒤쫓는 독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잃어버린 몰입의 순간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니 지난 몇 주 동안의 체증이 해소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무리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고 반응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라지만 이 시대에 필요한 책의 효용이란 책 한 권에 담긴 정보와 지식에만 국한되는 건 아닐 겁니다. 읽고 싶은 마음 하나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밀고 가는 시대착오적인 독서 행위야말로 분초사회의 조급증을 잠시나마 떨쳐버릴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독자들을 시간 저편으로 안내할 이번 주 새 책들을 내놓습니다.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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