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에는 "정치적 계산"이라며 반성
이재명 특보 강위원 "억울하다" 입장문
이미 재판부는 "강 특보 주장 허위사실"
일부 표현은 또 다른 '2차 가해'될 수도
친이재명계 원외 핵심인 강위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특보가 지난 10일 2003년 성추행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4월 총선에서 광주 출마를 노리는 강 특보가 공천을 앞두고 민주당에서 진행되는 예비후보자 공천 적격성 심사와 관련해 자신의 과거 논란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제1야당 대표의 핵심 측근이라는 점에서 강 특보 성추행 논란의 진위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에 본보는 피해자 A씨 동의를 받아 강 특보를 상대로 2019년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 판결문을 입수해, 강 특보가 이번에 밝힌 입장문과 판결문 내용을 비교했다.
법원, 강 특보 및 주변인 2차 가해 '허위' 적시
강 특보는 이번 입장문에서 "제가 한 행동을 부인한 적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행위의 판단과 처분에 대해서 이견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강 특보 성추행 사건은 2003년 발생했다.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 당시 A씨가 사건을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그러자 강 특보는 '2003년 발생한 성추행 사건의 진실을 밝힌다'는 내용의 발간물을 내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A씨는 당시 강 특보가 주장한 반박 내용이 명백한 '2차 가해'라고 판단해 소송까지 이르게 됐다.
1심 판결문에는 A씨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강 특보가 "강제성은 전혀 없었다" "좋은 관계에서 생긴 일이고 A씨도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닐 만큼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내용이 담겼다. 강 특보 주변인들이 "A씨가 강 특보와 입맞춤했다고 자랑하고 다녔고, 사귀는 것처럼 말하고 다녔다" "A씨는 강 특보를 좋아했고 몸을 더듬는 행동까지 했다고 고백했는데 이것이야말로 남성에 대한 성추행"이라고 언급한 부분도 포함됐다.
이런 강 특보와 주변인들의 주장을 재판부는 허위사실로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①2013년 강 특보의 A씨에 대한 신체적 접촉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주장 ②A씨가 강 특보와의 스킨십을 자랑하고 다녔다는 주장 ③강 특보가 A씨를 이성적 관계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자 A씨가 강제성이 없었던 신체적 접촉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는 주장을 재판부는 허위사실로 판단하고 피해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에서 A씨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받은 강 특보는 항소했으나 2021년 8월 기각됐고, 대법원도 2021년 12월 상고심 절차특례법에 따라 심리불속행으로 원심을 확정했다.
더 큰 문제는 강 특보가 이번에 낸 입장문에서 재판과 관련해 쓴 일부 표현들이 A씨에게 또 다른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강 특보는 "수사기관을 통해 사실관계가 확정돼 형사상 처벌을 받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A씨 고소가 없어서 해당 사건에 대해 강 특보는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사법적 판단은 명예훼손 소송이 유일한데, 마치 수사기관에서 무죄를 받았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표현을 썼다. "일부 패소했다"는 표현 역시, 소송의 의미를 축소할 수 있는 해석이다. 손해배상액이 청구액 대비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재판부는 A씨가 2차 가해라고 판단한 강 특보와 주변인들의 핵심 주장을 모두 허위사실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성폭력방지법은 2019년 12월부터 시행됐고, 제 사건은 2018년 2월 시작돼 '2차 가해'라는 법률적 개념이 생기기 전에 발생한 일"이라는 주장도 소송 진행 시점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구청장 출마 때는 '사과 후 고소'
강 특보는 2003년 사건 발생 직후 '반성문'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A씨에게 보내 "나도 모르게 상황회피를 위한 정치적 계산까지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미 사회적으로 잘못 학습된 성의식을 새로운 학습 기회를 통해 개선하기 위해 구체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도 했다. 2018년 지방선거 출마 선언 직후 A씨가 성추행 사건을 폭로하자, 강 특보는 A씨 지인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 "A씨가 더 이상 아파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마땅히 용서를 구하고 책임을 지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2주 뒤 돌연 강 특보는 A씨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선거법 위반)로 고소했지만 A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강 특보는 2018년 페이스북을 통해 "A씨의 상처와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저에 대한 지탄은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5년이 지나도 30년이 지나도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라는 말도 남겼다. 현재 해당 게시글은 보이지 않는다. 본보는 이번 기사와 관련한 강 특보의 입장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민주당은 조만간 강 특보에 대한 출마 적격성 여부를 결정한다. 당 특별당규에 따르면 2차 가해(민사 손해배상 포함)는 부적격 심사 대상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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