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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소포, 성적인 모임 모집... 비판 블로거 겁박한 이베이 '40억'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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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소포, 성적인 모임 모집... 비판 블로거 겁박한 이베이 '40억' 철퇴

입력
2024.01.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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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사법방해 등 6건... 법정 최고 벌금
피해자 "표현의 자유 억압, 용납 안 돼"

세계적 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 애플리케이션(앱). EPA 연합뉴스

세계적 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 애플리케이션(앱). EPA 연합뉴스

세계적 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가 자사를 비판한 블로거 부부를 스토킹하고 괴롭힌 혐의로 법정 최고 벌금인 300만 달러(약 39억 원)를 납부하게 됐다. 이베이 관계자들은 2019년 피해자들에게 돼지 태아·살아 있는 바퀴벌레 등 소포를 보내고, 피해자 자택에서 성적인 모임을 갖자는 모집글을 인터넷에 게시하는 등 이들을 괴롭혔다.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검찰청은 11일(현지시간) "2019년 8월 5일부터 23일 사이 이베이 전 안전·보안 담당 수석이사인 짐 보와 이베이 보안팀 직원 6명은 피해자들이 게시한 뉴스레터의 어조, 내용, 여기 달린 댓글 등에 불만을 품고 이들을 표적 삼아 괴롭혔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는 대가로 법정 최고 금액인 300만 달러의 형사 벌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운영하던 사이트에 2019년 8월 1일 뉴스레터를 게시한 이후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날 피해자 부부 중 한 명인 이나 스타이너는 게시글을 통해 이베이가 아마존에 제기한 '판매자를 빼돌린다'는 소송을 설명하며 "이베이 최고경영자(CEO) 데빈 웨니그는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려는 판매자의 욕구에 감사해하지 않는다", "판매자더러 아마존으로 눈을 돌리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은 최선의 전략이 아닐 수 있다"고 적었다. 이 글엔 이베이를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검찰에 따르면 이베이 직원들은 △주 간 이동을 통한 스토킹 2건 △전자통신을 이용한 스토킹 2건 △증인 매수 1건 △사법 방해 1건 등 6건의 중범죄 혐의를 받았다. 이베이 측은 피해자에게 △돼지 태아 △살아 있는 곤충(거미·바퀴벌레) △피 묻은 돼지 가면 △장례식 화환 △배우자의 죽음에서 살아남는 법에 관한 책 등 소포를 익명으로 보냈으며, 지역 기반 생활정보 사이트에 피해자 집에서 성적인 만남을 갖자는 글도 게시했다. 피해자들을 협박하는 엑스(X·옛 트위터) 메시지를 보내고, 피해자 차량에 위치정보시스템(GPS) 추적 장치를 설치할 목적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제이미 이아논 이베이 CEO는 11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베이의 행동은 잘못됐고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사과했다. 다만 이베이 측은 보도자료에서 구체적인 범죄 내용 언급을 피하고, "이베이는 사건을 처음 안 순간부터 사법기관에 완전히 협력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이베이 관계자들이 디지털 증거를 인멸하고 기록을 위조했다"며 수사 방해 사실을 꼬집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베이에 부과된 벌금 외에, 범죄를 저지른 직원들도 개인적인 형사 책임을 지고 있다. 괴롭힘을 이끈 주동자 보 전 이사는 2022년 징역 4년 9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가담한 직원 6명 중 5명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1명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스토킹을 실행에 옮겨 처벌받은 건 직원들이지만, 임원들도 이 사건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최고경영자(CEO), 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CCO), 이베이 글로벌 운영 담당 수석 부사장 등 3명의 전직 임원이 사건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NYT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임원들은 피해자를 언급하며 "우리는 너무 친절하다, 그녀는 부숴 버려야(crush) 한다"거나 "그녀를 쓰러뜨릴 생각이라면 바로 지금", "'불태워 버려야' 하는 편향된 트롤" 등의 문자를 주고받았다. 다만 연루된 전직 임원들은 스토킹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아 형사 기소되지는 않았다.

이베이는 기업의 힘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점에서 크게 비판받았다. 피해자인 스타이너 부부는 운영하던 뉴스레터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이 사건 영향으로) 보복 걱정에 이베이 등 전자상거래 업체에 정당한 우려를 말하기 두려워하는 판매자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우리는 어떤 기업도 개인의 수정헌법 제1조 권리를 억압할 수 있다고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는 표현·언론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이 명시돼 있다.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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