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거장 평론가와 인기 미디어 아티스트의 볼썽사나운 싸움

입력
2024.01.14 12:00
25면
0 0
김승민
김승민영국 왕립예술학교 박사

편집자주

김승민 큐레이터는 영국 왕립예술학교 박사로 서울, 런던, 뉴욕에서 기획사를 운영하며 600명이 넘는 작가들과 24개 도시에서 전시를 기획했다. 미술 시장의 모든 면을 다루는 칼럼을 통해 예술과 문화를 견인하고 수익도 창출하는 힘에 대한 인사이더 관점을 모색한다.

휘트니 올덴버그&차트 갤러리 이미지 제공 ⓒWhitney Oldenberg

휘트니 올덴버그&차트 갤러리 이미지 제공 ⓒWhitney Oldenberg

미국 뉴욕 트라이베카 지역은 갤러리들의 집결지다. 저마다 대형 화랑의 수준 높은 좋은 전시들이 넘쳐난다. 대형 화랑이 능력 있는 컬렉터를 독점하는 만큼 신생 화랑의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같은 논리로 최근 급부상한 한국과 같은 새로운 미술시장에 대한 걱정도 앞서게 된다. 유명한 대형 화랑의 작가와 작품만을 선호한다면 한국의 새로운 작가와 신생 화랑은 힘을 잃게 되고 전체 미술시장의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휘트니 올덴버그&차트 갤러리 이미지 제공 ⓒWhitney Oldenberg

휘트니 올덴버그&차트 갤러리 이미지 제공 ⓒWhitney Oldenberg

얼마 전 뉴욕의 트라이베카 차트 갤러리에서 산호초를 연상시키는 멋진 작품을 봤다. 휘트니 올덴버그의 작품이었다. 쉽게 버려지는 소모품들을 모아, 자연의 질감과 색상으로 표현하였다. 이 반복적인 소모품들의 집합체는 물질주의에 찌든 현대 사회의 소유욕, 강박 등을 비판하며 우리의 미묘한 감정을 자극한다. 작품 제목은 '피딩 프렌지'(Feeding Frenzy), '광분 상태'란 뜻인데 큰 물고기 떼가 상어들 앞에 등장하고, 갑자기 쏟아진 먹잇감에 상어들이 포식하는 장면이 연상된다. 그런데 여기서도 몇몇 대형 화랑들이 쏟아지듯 생겨나는 신생 화랑들을 포식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영국의 미술 전문지 '디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도 2015년 설문조사에서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을 소개한 적이 있다.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2007년부터 2013년 사이에 열린 12개 개인전 중 11개가, 당시에도 이미 손꼽히는 5개 대형 화랑 소속 예술가들에게 주어졌다는 것이다. 호사가들의 말을 빌린다면, 그 5개 화랑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글로벌 미술시장에는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어떤 분은 온라인이나 SNS 등장에 주목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상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미술 시장에서 온라인의 존재감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소셜미디어가 새로운 형태의 예술 시장을 개척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하는 변화가 그렇게 순조롭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두 사건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유명 미술 비평가 제리 살츠(Jerry Saltz)와 튀르키예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의 충돌이다. 살츠는 온라인 사이트에 뉴욕 현대미술관 로비에 설치된 아나돌의 인공지능 작품을 '스크린 세이버'로 평가 절하했다. 그러자 아나돌은 "챗 GPT가 너보다 글을 더 잘 쓰겠다"며 살츠에 맞섰다.

두 사람의 논쟁은 점점 번져갔고, NFT 등 새로운 기술로 활동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은 마치 평론가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것처럼 감정적으로 함께 공격했다. 틱톡에서 유명한 데본 로드리게스도 자기 작품을 비난한 비평가를 그의 '팬'들을 선동해 공격했다. 한 평론가가 그의 전시를 보고 "우리 세계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그는 아마 현재 제일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일 것이다"라고 쓴 것에 반응한 것. 로드리게스는 비평가를 태그하며 "너의 가식적인 서클의 일부가 아니라서 미안하다. 그는 나를 증오한다"라고 썼다.

데본 로드리게스 인스타 캡처

데본 로드리게스 인스타 캡처

소셜미디어는 패션, 엔터테인먼트가 미술과 만나는 많은 공간과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더 큰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하지만 기존의 미술 시장에 대항하는 새로운 민주적 흐름으로 보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기존 미술 세계와 신세계의 충돌, 소모되는 자연 고갈 속 이를 저격하는 작품 등 바닷속에 비유한 아트, 머니, 마켓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김승민 슬리퍼스 써밋 & 이스카이 아트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