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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냥 듣던 '팔토시 패션'으로 부활한 '효자 가수'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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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냥 듣던 '팔토시 패션'으로 부활한 '효자 가수'의 반전

입력
2024.01.1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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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년 기념 앨범 '우리들' 낸 가수 KCM
"노래할 때 웃는 분 많아 난감하지만 감사할 뿐"

가수 KCM에게 '팔토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패션 아이템이다. tvN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가수 KCM에게 '팔토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패션 아이템이다. tvN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KCM 팔토시'. 온라인에서 '겨울 팔토시'로 검색하면 이런 문구를 단 제품들이 쏟아진다. 가수 KCM(본명 강창모·42)은 요즘 Z세대에게 '팔토시의 아버지'로 통한다. 민소매 옷에 팔토시를 하고 노래한 그의 세기말 패션이 2~3년 전부터 난데없이 화제를 모은 여파다. 그 후 KCM은 유튜브를 켜기만 하면 나오더니 '놀면 뭐하니?' 등 TV 주요 예능프로그램까지 접수했다. '여자 친구가 제일 싫어하는 남자 친구 패션'이란 비아냥을 들었던 데뷔 초 흑역사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것이다.

KCM의 팔토시 패션을 따라하는 게 한때 온라인에 '밈'으로 퍼졌다. KCM 인스타그램 캡처

KCM의 팔토시 패션을 따라하는 게 한때 온라인에 '밈'으로 퍼졌다. KCM 인스타그램 캡처


'패션테러리스트' 흑역사의 전화위복

잊히고 있던 가수에게 팔토시는 "산소호흡기" 같은 존재다. 그의 차엔 언제든 차고 나갈 수 있도록 팔토시가 상시 대기 중이다. 종류도 10여 가지로 다양하다.

"'대학생이 가장 싫어하는 패션 순위 1위'라는 데 예전엔 속상했죠. '패션테러리스트'라 불리다 갑자기 그 패션이 제 캐릭터가 되면서 10~20대도 절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언젠가 노래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데 어머니 관객이 '우리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개그맨이 KCM'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딱히 반박은 안 했죠(웃음). 가끔 제가 노래할 때 웃는 분도 계시고요. 가수로 약간 애로사항은 있지만 덕분에 광고도 많이 찍고 누군가에게 그렇게 기억됐다는 게 감사하죠." 11일 서울 강서구 소재 그의 소속사 이미지나인컴즈 사무실에서 만난 KCM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가수 KCM은 올해 일본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이미지나인컴즈 제공

가수 KCM은 올해 일본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이미지나인컴즈 제공


"'노래방 금지곡' 훈장인 줄 알았지만"

팔토시로 '부활'한 KCM은 14일 새 앨범 '우리들'을 냈다. 2004년 첫 음반 '뷰티풀 마인드'를 낸 그의 가수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음반이다.

타이틀곡은 '아직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로 조영수 작곡가가 만들었다. 히트곡 '흑백사진' 등으로 2000년대 '소몰이 창법'을 앞세워 애절한 발라드 유행을 주도했던 KCM·조영수 콤비가 15년 만에 다시 뭉쳤다. 대신 '힘'을 뺐다. 앨범 공개 전 KCM이 사무실에서 들려준 '아직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에서 그는 성대를 짓눌러 고음을 뽐내는 대신 흥얼거리듯 편안하게 노래한다.

"제 창법이 예전엔 훈장처럼 느껴졌어요. '나만 부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제 노래가 '노래방 금지곡'처럼 여겨지더라고요. 사람들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없으니까요. 이번 작업하면서 (조)영수형이 그러더라고요. '창모야, 너 노래 잘하는 거 다 알고 너가 잘할 수 있는 것들도 너무 많이 했잖아. 조금 덜어내고 가자'라고요. 그래서 제 딴엔 엄청 덜어내고 흥얼거리듯 노래했죠."

KCM은 앨범에 실린 12곡을 작곡하거나 노랫말을 붙였다. '새벽길'에서 그는 "새벽 공기 속 차갑게 식어서 고장 나 멈춰 서 있는 내 모습이 더욱 시리다"라고 노래한다. KCM은 이 곡을 쓸 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했다.

"2018년쯤인데 믿었던 사람에게 했던 내 말들이 나중에 다 제게 약점으로 돌아와 힘들었죠. 눈이 엄청 많이 내리던 새벽에 무작정 파주 출판단지 쪽으로 갔어요. 인적 없는 곳에 가서 좀 걷고 싶었거든요. 그 경험을 곡에 쏟아내고 나니 나중엔 이 노래가 제게 위안이 되더라고요."

KCM과 비가 꽃무늬 옷을 입고 함께 유튜브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시즌비시즌' 영상 캡처

KCM과 비가 꽃무늬 옷을 입고 함께 유튜브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시즌비시즌' 영상 캡처


가수 KCM이 팔토시와 에어팟을 꽂고 TV 예능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영상 캡처

가수 KCM이 팔토시와 에어팟을 꽂고 TV 예능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영상 캡처


중1 때 신문 배달하며 노래 연습

KCM은 앨범 속지에 20년을 돌아보며 "시작은 반항이었다"고 썼다. "기술을 배우라던 어머니께 가수 아니면 살아갈 의미가 없다"며 소년은 음악을 고집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15세. 아버지를 여의고 중1 때부터 신문 배달을 한 그는 아르바이트를 마치면 연습실로 갔다. 그는 수학 공부하듯 음악을 익혔다. 노래를 듣고 그 곡에 나온 바이브레이션 개수까지 외워 똑같이 따라 불렀다. 그렇게 2년을 연습한 뒤 그는 데뷔를 준비하던 아이돌그룹에서 메인 보컬 자리까지 꿰찼다.

우여곡절을 겪고 솔로로 데뷔하기까지 꼬박 6년의 세월이 걸렸다. 연습생 신분이던 그에게 버팀목이 됐던 건 노래를 가르쳐주던 김범수가 "넌 정말 좋은 소리를 가졌다"며 보내준 응원이었다. 그는 '흑백사진'을 낸 뒤에도 한동안 백화점에서 일했다. 한때 방송을 하면서도 그는 한쪽 귀에 늘 무선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어머니가 위급한 상황에서 전화를 못 받아 놀란 적이 있어" 생긴 트라우마였다. 그가 '효심의 아이콘'이 된 배경이다.

"20년 동안 그 당시엔 웃지 못할 일들이 많았죠. 그러다 언젠가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어떤 팬이 '오빠, 이제 연락해서 미안해요, 너무 잘 보고 있어요'라고 DM을 보냈더라고요. 기억해 주고 있다는 게 너무 고마워 그 마음을 글로 썼죠. 그 얘기가 이번 앨범에 실린 '우리들'이고요. 결혼(2022)도 하고 안정을 찾으면서 많진 않더라도 내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께 선물을 드린다는 심정으로 활동하려고요."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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