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을 선언한 이낙연 전 대표, 3명의 민주당 탈당파 의원 측, 국민의힘에서 이탈한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이 어제 만나 총선 때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거대 양당에 맞선 ‘제3지대’ 세력 간 연대 및 합당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국면이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창당 절차를 제각각 마친 뒤 단일 대안세력으로 부상할지가 관심이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탈당그룹의 창당준비위 출범식에서 “기득권 양당의 포로에서 해방되는 날”을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빅텐트’ 구상과 관련해 “텐트보다는 비도 바람도 막는 큰 집이 좋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정당이 없다”는 무당층 또는 중도층이 30%를 넘는 수준이다. 두 전직 당대표가 손을 잡을 경우 판이한 정치노선과 정체성을 어떻게 융합해 낼지 향후 기싸움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기호 앞 순위를 받으려면 현역의원 수가 중요하니 민주당 탈당파 쪽 입김이 세질 수도 있다. 반면 신당 지지율을 보면 이 위원장 쪽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제3당의 비전을 놓고 경쟁하기도 전에 이런저런 세력다툼이 노출된다면 국민으로선 익히 봐온 또 다른 구태일 뿐이다.
그런데 기성 정치권과 다름없는 막말 사태가 이낙연 전 대표 쪽에서 잇따라 나온 것은 실망스럽다. 그제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의 ‘탈당 기념행사’에서 프로레슬러 출신 칼럼니스트 김남훈씨가 이재명 대표 흉기 피습 사건을 “목에 ‘칼빵’ 맞았는데 지지율 떨어지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비하한 것이다. “국민의힘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조롱하진 않는다”는 민주당 대변인의 비판처럼 그 수준을 의심하게 하는 폭언이다.
오염된 정치언어의 자극성이 극단적 지지층을 부추기고 정치문화를 최악으로 떨어뜨린 게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이런 악순환, 악습을 타파하기 위해 ‘신당 깃발’을 든 게 아닌가. “민주당 전과자 44%” 발언을 했다가 사과한 이 전 대표는 이번에 다시 사과문을 냈다. 양당의 혐오정치를 비판한다면 스스로 언급한 “양자택일 속박에서 벗어나는 국민권리 회복”이란 기대에 찬물을 끼얹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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