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 1
셰익스피어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었을까? 또 세르반테스는 셰익스피어를 알고 있었을까? 고전문학 애호가들의 오랜 이야깃거리 중 하나인 저 질문은 서구 근(현)대문학의 중심좌표 같은 위상의 두 거장이 동시대를 살고 거의 동시에 숨을 거둔 탓에 증폭돼 왔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9.29~1616.4.22)는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4.26~ 1616.4.23)보다 16년 연상이지만 거의 한날 별세했다.
인류 최초 근대소설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중 하나로 꼽히는 ‘돈키호테(Don Quixote)’는 1605년 1월 16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출간됐다. 1604년 당시 귀족들이 주고받은 편지에 돈키호테가 언급된 점을 들어 이전 판본이 있다는 설이 있지만 다수는 그 설을 부정한다. 합스부르크 카스티야 왕실은 원고를 검토해 1604년 9월에야 출판을 허가했고 연말까지 인쇄가 진행됐다. 출판사 선정-협의 과정에서도 원고를 돌려본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원제 ‘재치 있는 시골 귀족 돈키호테 데 라만차(원제, 시공사 기준)’의 초판 400부는 읽을거리에 훨씬 목말라 있던 페루 등 당시 스페인 식민지로 먼저 보내졌고 또 운송 선박이 난파되면서 다수가 유실됐다고 한다. 하지만 소설은 금세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며 유럽 여러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1615년 돈키호테 2권이 출간될 당시에는 왕명에 의한 벌금 등 처벌 규정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해적판이 나돌았을 정도였다.
하버드대 영문학자 메리 게이로드(Mary Gaylord)는 “셰익스피어가 세르반테스의 작품을 알고 있었던 건 거의 확실한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돈키호테의 공식 영어판본은 1612년(1권) 출간됐지만 영어 해적판은 이전부터 나돌았고, 르네상스의 영향으로 17세기 초까지도 문화의 주된 조류가 유럽 남부에서 북부로 향했다는 게 그 근거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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