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4대 은행 LTV 담합 제재 착수
참고만 해서 문제 안 된다?
"정보 공유한 것 자체가 문제"
"단순 정보 교환을 '카르텔 담합'이라고 하면, 안 걸릴 곳이 있을까요." (4대 은행 관계자)
공정거래위원회가 KB국민·하나·신한·우리 등 4대 은행의 담보대출(LTV) 거래조건 정보 교환 행위를 '담합'으로 보고 제재할 조짐을 보이자 은행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021년 12월 30일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정보담합 첫 제재 사례가 되는 만큼 공방이 치열할 전망인데, 엇갈리는 주장과 쟁점을 들여다봤다.
①"다른 회사 정보 참고만 해서 문제 안 된다?"(X)
공정위가 4대 은행에 적용한 혐의는 '정보 교환 부당공동행위'다. 은행은 부동산 종류와 지역별로 LTV를 다르게 매겨 6,000~7,500개에 달하는 LTV 조합이 나오는데, 4대 은행이 이를 미리 공유해 서로 LTV 수치를 맞췄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은행은 금리 등 은행 간 정보 공유는 자주 있으며, 실제로 이 수치를 참고만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1년에 한 번 LTV를 조정할 때 지역과 부동산 종류, 금리 등을 고려해 자체 산식을 통해 산출한다"며 "다른 은행 LTV 정보는 그냥 참고만 했고 결과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이들 일부 은행의 LTV 엑셀 산식에는 타행 자료가 아예 변수로 들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끼리 형성된 그들만의 'LTV 비율 범위'가 암묵적 합의를 넘어 실제로도 영향을 끼쳤다는 뜻이다. 공정위 역시 현장조사 당시 이런 자료를 확보했고, 은행끼리 주기적으로 이 정보를 교환한 점 역시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②"부당 이득이 없어서 괜찮다?"(X)
정보 교환으로 인한 '부당이득' 여부도 쟁점이다. 은행은 LTV 정보를 교환해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이득이 없는 만큼, 정보를 담합할 유인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LTV를 높게 잡아 대출을 더 많이 해주면 담합으로 볼 여지가 있겠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낮춰 잡은 것이라 부당한 이득은 없었다"고 부연했다.
법적 판단은 다르다. 한 경쟁법 전문 변호사는 "부당이득 여부는 과징금을 산정할 때 고려하는 요소일 뿐"이라며 "은행 간 정보 교환 행위로 경쟁이 줄었다는 점 자체가 문제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공방은 '경쟁제한성 정도와 여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LTV 선택지가 다양했다면 소비자가 담보대출로 돈을 더 빌릴 수 있어 고금리 신용대출을 찾는 일이 줄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③업계 긴장하는 '정보 교환' 담합 뭐길래?
공정위는 앞서 2012년에도 라면 가격 담합 사건에서 정보 교환 행위만으로 담합이 성립한다고 봤다. 하지만 2015년 대법원은 사전 합의가 있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식품업계 손을 들어줬다. 이에 공정위는 2021년 말 공정거래법 개정 당시 정보 교환을 담합 유형에 포함시켰고, 구체적인 심사지침을 만들었다.
'정보 교환 규제'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은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정보 교환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사업자들이 합의하지 않더라도, 경쟁을 피할 목적으로 협력하는 수준의 '동조적 행위'까지 규제하고 있다. 실제 2015년 유럽사법재판소는 3개 바나나 수입업체가 가격 발표일 하루 전 전화로 가격 정보를 나눈 것 자체가 "경쟁을 해치려는 목적"이라며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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