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렐 브레이트먼 '우린 모두 마음이 있어'
반려견 잃은 과학사학자의 동물마음 탐험기
동물 또한 감정 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려워
동물과의 공감이 곧 인간에 대한 사랑이기도
반려견을 찾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커플이었다. "남의 개라도 한번 만져보려고 공원을 어슬렁거리며 숨겨 둔 간식으로 강아지들을 꼬드기는 변태" 같던 생활을 끝내고자 입양을 택했다. 어느 날 54㎏으로까지 자란 버니즈 마운틴종 개 '올리버'가 방충망을 뜯고 4층 아파트 15m 높이에서 뛰어내렸다. 생명은 장담 못 하나 수술하면 병원비가 1,000만 원 이상 나온다 했다. 가난했던 커플은 안락사를 택했다. 커플도 곧 헤어졌다.
책 '우린 모두 마음이 있어'의 주인공 올리버는 분리불안이 심했다. 털 빠지고 진물이 흐를 정도로 앞발을 핥았다. 꼬리는 앙상해질 때까지 씹고 핥아댔다. 짖고 뛰고 위협해 댔다. '집 탈출'은 그중 하나였다. 상담, 행동치료, 항우울증 처방까지 안 해본 게 없다. 혹시 올리버는 '자살'-감히 동물 주제에!-을 한 게 아닐까. 저자 로렐 브레이트먼은 '동물의 마음'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순종 교배는 고통의 칵테일
올리버와의 추억을 버무려 에세이처럼 풀어냈지만, 저자는 과학사 박사다. 개뿐 아니라 고래, 코끼리, 앵무새, 토끼 등 다양한 동물 이야기와 연구결과를 펼쳐 보인다.
동물 사랑이란 이름으로 모든 걸 덮지 않는다. 가령 미국 터프츠대학 동물행동클리닉 연구원은 냉정하게 딱 잘라 말한다. "저라면 순종 개가 죽은 걸로 그렇게 충격받진 않을 거예요." 버니즈 마운틴종이 사랑받은 이유 중 하나는 좌우 대칭적인 흰색 줄무늬와 갈색 눈썹, 고급 식탁보 같은 검은 색 털, 하얀 꼬리 끝이다.
이 순종의 표지를 만들어내려는 교배가 거듭되다 보니 "적응력이 높은 동물에 부합하지 않는 특성"이 나타난다. 연구원들은 꼬리 물기 강박증을 가진 테리어, 바닥에 비친 빛을 쫓는 로트와일러와 잉글리시시프도그, 존재하지 않는 파리에게 끊임없이 달려드는 독일셰퍼드들을 "흔하게" 만난다고 증언한다. 저자는 이걸 제한된 유전자 공급원 등이 만들어낸 "고통 칵테일"이라 표현해뒀다. 올리버의 이상행동 또한 그 때문일지 모른다.
동물도 우정이 있어야 행복하다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다. 가혹한 벌목 노동으로 새끼를 잃은 뒤 정신을 놓아버렸던 코끼리 조키아는 친구 코끼리 매 펌을 만나면서 정상으로 돌아왔다. 13년간 함께한 이들은 "수의사의 정기검진 중에도 서로의 코가 닿을 수 있는 거리 이상 떨어지는 법이 없다." 36세 왕따 암컷 고릴라 지지는 딸뻘인 키키, 키라, 키마니라는 '세 마리 암컷 연대의 힘' 덕분에 공동체에 복귀하는 데 성공한다. 자학증세가 심각했던 보노보 브라이언도 49세 암컷 키티, 27세 수컷 로디 덕분에 4년 만에 공동체에 안착한다. 동물에게도 감정적 교류, 정서적 지지가 곧 치료제다.
저자는 찰스 다윈을 다시 불러낸다. 진화론 관점에서 마음, 의식 또한 인간과 동물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전 세계 전문가들은 2012년에야 "포유류, 새, 그리고 심지어 문어 같은 두족류도 의식적 동물"이라는 내용의 '케임브리지 선언'을 내놨다.
동물 사랑이 곧 인간 사랑이다
인간의 의도와 욕망을 동물에게 투사하는 의인화의 위험, 우리가 그들을 돌봐준다는 자만심엔 주의하되, 인간은 동물의 마음을 읽고 교감해야 한다. 동물이 겪는 문제는 인간 문제의 거울상이기도 하다. 동물을 사랑해야 인간을, 인간을 사랑해야 동물을 사랑할 수 있다. '개통령' 강형욱이 등장한 프로그램 이름은 개'가' 훌륭하다, 개'도' 훌륭하다도 아닌, 개'는' 훌륭하다였다.
올리버를 잃은 슬픔을 떨쳐낸 저자는 혼종 셰퍼드 세다를 다시 입양해 키우기 시작했다. "모든 개는 우리에게 기회를 준다. 그 기회는 보통 한 번 이상으로, 우리에겐 그들이 내려주는 은총과 용서, 그리고 구원을 받을 기회가 있다." 원제는 '애니멀 매드니스(Animal Madness)'.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