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승코리아' 여당에 공문 보내 항의
한동훈 '개인' 중심..."다른 공인 평가 자유"
일부 극성 '좌표 찍기'...악성 팬덤화 경계도
'여권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인기가 온라인 팬덤 현상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성향은 보수적이지만, 한 위원장 개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 '김건희 특검법' 수용 등 여권의 흐름과 결이 다른 주장들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김건희 여사 팬카페와 갈등까지 빚어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한 위원장의 약점을 팬덤 지지층이 대신하면서, 여권 내부에서는 지지층 분리의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여긴 한 위원장 팬클럽"... 팬카페 갈등 비화
한 위원장을 지지하는 네이버 카페 '위드후니'는 16일까지 1만7,4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조국 사태 여진으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된 직후인 2020년 7월 '한동훈의 소신을 응원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이후 한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을 맡아 존재감을 키우면서 카페도 성장했고, 한 위원장이 지난달 정계에 입문한 이후에는 온라인상의 강력한 후원그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검법 때문에 김 여사 리스크가 커지면서 카페는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여사 생각만 하면 속이 답답하고 짜증 나 미칠 것 같다. 한 장관이 공격당하는 것도 걱정이다", "특검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영원히 거부할 순 없다", "명품백 기사를 보고 많이 실망했다" 등 내용의 게시글·댓글이 지난 연말·연초에 잇따르고 있다.
한 위원장 카페에 대한 존재감은 최근 벌어진 윤 대통령 부부 팬카페와의 갈등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1일 윤 대통령 부부 팬카페인 '건승코리아(구 건사랑)' 운영진들은 '위드후니'의 운영 방침을 규탄하는 내용의 공문을 중앙당에 발송했다. 공문에서 건승코리아 측은 "위드후니 내부에 지속적으로 영부인을 비방하고 특검 찬성을 주장하는 세력이 활동하고 있다"며 "불순한 의도의 게시글을 제재해달라 요청했지만 해당 운영자는 '개개인의 합리적인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며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비공식 입장이라도 위드후니에 대한 중앙당 입장을 회신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정하 당 수석대변인은 "(위드후니가) 자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카페다 보니 (건승코리아 공문에 대해) 당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위드후니 운영자도 10일 '대통령과 영부인을 모욕하는 글이 버젓이 나돌아다닌다'는 한 회원의 문제제기에 댓글로 "이곳은 한 위원장 팬클럽으로, 다른 공인에 대한 평가나 지지는 회원님들의 자유"라고 답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낮고 한 위원장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추세와 맞물려, 이번 충돌이 여권 내의 지지층 분리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낮아 결핍을 겪고 있던 중 매력 있는 대안으로 등장한 한 위원장에 더 강하게 반응하고, 집중하는 모습"이라며 "여당이 고전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 중간 평가 성격'의 총선을 앞둔 보수 진영 유권자들의 '전략적 선택'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극성 '좌표 찍기'... 악성화 우려
다만 한 위원장 지지층이 최근 정치권을 위협하는 극성 팬덤으로 비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의 '기타 국내 드라마 갤러리'에는 자신들을 '한동훈줌(한동훈+아줌마)'으로 호칭하는 지지자들이 주기적으로 한 위원장과 관련된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호의적 댓글엔 추천, 비판적 댓글엔 비추천을 누를 것을 요청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 기사 댓글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던 비판성 댓글이 표적으로 지목된 지 약 15분 만에 뒤로 밀리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이 즐겨 쓰는 이른바 '좌표 찍기' 수법이다.
이를 의식한 듯 위드후니 운영진은 좌표 찍기 및 가짜뉴스 유포 등을 운영진 차원에서 엄금하는 등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 다만 총선에 가까워질수록 극성 지지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치권에서 먼저 이를 적극 경계하는 메시지를 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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