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15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고 있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검찰은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는데, 하루빨리 재판에 넘기는 것이 정도다. 1년이 넘도록 사건을 쥐고만 있는 상황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김 청장은 2022년 핼러윈을 앞두고 안전사고 대비 필요성을 담은 보고서 3건을 보고 받고, 직접 화상회의에서 “많은 인파가 운집할 것이 예상된다”고 말하는 등 위험 요인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기동대 배치 등 어떤 대책도 수립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해 1월 김 청장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고, 수사심의위원 15명 중 9명이 이번에 기소의견을 냈다. 보통 위원회는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로 많이 구성되기 때문에 ‘불기소’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그만큼 혐의가 명확해 보인다는 뜻일 것이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검찰이 미뤄온 것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이 확실한 판단을 내려줬다”고 환영했다.
이 상황에서 더 시간 끌기를 하거나 결국 불기소 처분을 내린다면, 검찰의 정치 편향만 재확인하는 꼴이 된다. 또한 참사 책임에서 수뇌부는 모두 빠져나가려는 ‘무책임’만 부각돼, 정권 부담만 커질 뿐이다.
여권에서는 혹시라도 김 청장의 기소를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특별법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와 연계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특별법이 규정한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두고 “무소불위 권한을 가진 이태원 특검”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특별법 도입은 검찰의 부실 수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 청장 등을 유임시키며 유족들의 호소를 외면한 여권의 책임이 크다.
자식을 잃은 참척(慘慽)의 고통은 시간 끌기로 뭉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 청장에 대한 기소가 이유 없이 늦춰질수록 고통과 분노는 커진다는 점을 검찰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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