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팝 '빅4' 기획사 중심으로 같은 시기 소속 아티스트 컴백 러시
멀티 제작 시스템 도입·K팝 시장 확대 등이 변화 요인
같은 소속사에 속한 아티스트들은 일명 '한솥밥 식구'로 불린다. 소속이 같은 만큼 이들은 패밀리십을 강조하며 서로의 시너지를 도모하고, 때로는 함께 콘서트를 개최하거나 예능 출연 등에도 동반하는 등 '가족'같은 사이로 동고동락한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가족'들이 때 아닌 경쟁 구도에 놓이고 있다. 비슷한 시기 연달아 컴백에 나서며 차트나 음원 성적에서 자연스럽게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로 이달 8일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있지(ITZY)가 컴백에 나선 가운데 같은 소속사 후배 그룹인 엔믹스는 일주일 뒤인 15일 컴백에 나섰다. 활동 기간이나 음반, 음원 차트 집계 기간 등을 고려할 때 두 팀이 자연스럽게 같은 시기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는 비단 JYP만의 상황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에스파와 레드벨벳이 5일 차이로 잇따른 컴백에 나서며 차트 등 성적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 바 있다.
최근 K팝 시장에는 이처럼 같은 소속사 식구들끼리 비슷한 시기 컴백을 하는, 선의의 '집안 싸움'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과거 한 소속사 소속 아티스트들이 같은 시기 경쟁을 피하기 위해 순차적인 플랜에 따라 일정 간격을 두고 컴백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다. 비슷한 시기 컴백을 하게 될 경우 차트 등에서 고점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불가피 한데다, 각 팬덤이 일궈낸 판매량 등 성적 역시 순위가 매겨지며 어쩔 수 없이 성적이 나뉘게 되지만 요즘 대형 K팝 기획사들은 이러한 상황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과연 최근 K팝 기획사들이 소속 아티스트들의 '집안 싸움'을 피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소속사들의 '멀티 제작센터(혹은 레이블)' 시스템 변화와 맞닿아있다. 현재 일명 K팝 '빅4'로 불리는 기획사인 하이브, SM, YG, JYP의 경우 모두 멀티 제작 시스템을 도입했다. 2017년 '빅4' 내 최초로 멀티 제작 시스템을 도입한 JYP를 필두로 하이브는 산하 레이블을 통해 멀티 제작 시스템을 가동 중이며, SM은 'SM 3.0'의 시작과 함께 멀티 제작 체계를 도입했다. YG 역시 지난해 아티스트 단위 멀티 조직과 프로듀서 센터를 새롭게 구축하며 멀티 제작 시스템에 뛰어들었다.
멀티 제작 시스템으로의 변화는 같은 시기에 다수의 소속 아티스트가 앨범 제작 등 컴백 준비를 진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다수의 소속 아티스트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는 대형 기획사들의 경우, 과거 앨범 제작 및 컴백 준비 등에 모든 인력이 집중된 탓에 순차적인 컴백이 불가피 했다면 이제는 다각화된 시스템을 통한 잇따른 컴백이 가능해진 것이다. 현재 긴 공백 없이 빠르게 아티스트들의 컴백 러시가 이어지게 된 것은 이러한 시스템적 변화에 기인한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분화된 제작 시스템을 통해 각 아티스트에 최적화 된 노래와 콘셉트, 활동 방향성을 구축한 만큼 이들의 잇따른 컴백에 큰 리스크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SM엔터테인먼트 측 관계자는 본지에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독립적 의사결정을 통해 각 멀티 프로덕션이 운영되는 만큼, 아티스트별 플랜과 방향성에 맞게 창의적이고 다양한 콘텐츠를 다채롭게 선보일 수 있다"라고 멀티 제작 시스템 변화의 장점을 설명했다.
결국 K팝 시장이 비약적으로 확대되며 팬들의 수요 역시 세분화 된 상황에서 각기 다른 매력과 강점을 지닌 그룹이 비슷한 시기 컴백하는 것은 불필요한 '집안 싸움'이 아닌 K팝 시장의 다양성을 도모할 수 있는 '시너지 창출'에 가깝다는 의도다. 최근 가수들의 차트 경쟁이 국내 차트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국가에서의 성과에 집중하는 만큼, 잇따른 컴백을 통한 차트 등에서의 불가피한 경쟁 역시 거시적 관점에서는 큰 리스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 같은 소속사 아티스트들이 컴백할 경우 이들이 활동에서 갖는 시너지 역시 긍정적 요소로 평가된다. 컴백 활동을 함께 진행하며 챌린지 등 각종 콘텐츠에서 서로에게 힘을 싣는 방식으로 오히려 상호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회사의 입장에서는 1년 내에 다수의 아티스트들이 컴백하게 되면서 공백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임과 동시에 수익 상승까지 노릴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