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일 이후 낙폭 가장 커
금리인하 후퇴, 미중 갈등
중동 전운, 어닝 쇼크... 악재만
"당분간 박스권 장세" 전망
17일 양대 증시가 나란히 2%대 급락 마감했다. 미국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이 후퇴하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중국 경기 우려까지 가세하자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매도에 나섰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1.69포인트(2.47%) 내린 2,435.9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3일(-62.5포인트)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하락률 기준으로는 지난해 10월 26일(-2.71%) 이후 석 달 만에 최대다. 개인이 8,512억 원 순매수했지만, 9,056억 원어치를 팔아 치운 외국인 매도세를 당해낼 수 없었다. 2일과 15일을 제외하고 모두 약세를 보인 결과, 코스피는 종가 기준 지난해 11월 14일(2,433.25) 이후 두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월간으로 보면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부진하다. 코스닥시장 역시 외국인 매도로 21.78포인트(2.55%) 밀린 833.05에 마감했다.
돌아온 ‘강달러’가 증시를 짓눌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4원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344.2원에 장을 마쳤다. 전일(+11.6원)에 이은 급등세다. 연말 시장을 들뜨게 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가 후퇴하는 가운데, 16일(현지시간)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의 “과거처럼 금리를 빨리 내릴 이유가 없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속도 조절론에 재차 힘이 실린 결과다. 이에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의 3월 금리 인하 전망은 하루 사이 77%에서 63%까지 떨어졌다.
지정학적 불안도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해 증시 약세를 부추기고,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인 미 달러화 수요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이 홍해에서 상선을 공격해 온 예멘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에 보복 공습을 개시하고, 이란도 대(對)이스라엘 무력 행사를 본격화하면서 중동에 전운이 짙게 드리웠다. 미중 갈등 우려까지 증폭되며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한 달 새 최고치인 103.42까지 상승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헌법에 대한민국을 ‘제1적대국’으로 명기해야 한다고 연설하는 등 국내 대북 리스크도 한층 커진 상황이다.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 역시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줬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5.2% 증가해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5.4%)를 밑돌았다. 지난달 신규 주택 가격은 6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고, 소매판매 증가율(7.4%)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장중 4%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이외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표 기업들의 4분기 잠정 '어닝 쇼크(실적 충격)', 올해 7조 원 가까이 매도한 기관 수급 악화 등도 국내 증시를 끌어내린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미국과 한국 모두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지만, 하락을 확대하기엔 일부 대형 종목군의 실적이 견고하다”며 “당분간 박스권 장세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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