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시집 '햇볕에 말리면 가벼워진다'
등굣길에 던진 농담에 단짝의 표정이 일그러진다면, 그래서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으려 한다면, 어린 학생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왜 학교는 국어, 영어, 수학 같은 것만 가르치고 이런 상황에 대한 대처법은 알려주지 않는 걸까.
정다연 시인의 청소년시집 '햇볕에 말리면 가벼워진다'는 청소년기에 누구나 겪어봤음 직한 난감하고 괴로운 순간으로 독자를 소환한다. 스스로 왕따임을 티내지 않고 쉬는 시간 10분을 견디는 방법('쉬는 시간'), 다른 친구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단팥크림빵을 맘 편히 베어 먹을 수 있는 방법('언니의 교복'), "너 대체 왜 그러느냐"고 다그치는 엄마를 대하는 방법('닫힌 문'), 자신에게서 도망치고 싶을 때 도망칠 수 있는 방법('비상 대피') 등을 수록 시 사이사이에 숨겨 놓았다.
시의 화자는 함부로 평가하거나 위로의 말을 건네는 대신 듣고 공감하며 기다려 준다. 시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마음의 상처에 새살이 돋는다. 지금의 불안을 버티는 청소년들도, 과거의 상처를 간직한 어른들도 그럴 것이다.
2015년 등단한 시인의 첫 청소년시집이다. 오랜 시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몸과 마음으로 배운 그들의 복잡한 감정과 감각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렸다. 시집의 끄트머리에 불특정의 '너'를 향해 이런 편지를 남겼다.
"어둠 속에서 손을 내밀었는데 아무도 그 손을 잡아 주지 않았다면, 그래서 모든 걸 그만두고 싶다면 네 마음을 세 번만 소리 내서 말해 줄 수 있어? (...) 곁에 있을 수는 없더라도 내가 그 말을 들을게. 네가 말하면 내가 괜찮아, 괜찮아, 잘했어, 잘했어, 계속 말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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