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유전공학, 우주항공 등 미래 첨단 핵심 기술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중국에 크게 뒤처진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18일 호주전략정책연구소의 ‘글로벌 핵심경쟁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총 64개 첨단 기술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중국은 53개, 미국은 11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반면 우리나라는 단 한 분야에서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특히 ‘고급 집적회로 반도체 설계·제조’ 등 38개 부문에선 5위 안에도 못 들었다. 배터리 분야도 3위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현재 메모리반도체에선 1위지만 미래 시스템반도체 설계에선 존재감이 없고, 배터리도 미래 기술 기준에서 보면 중국에 밀린다는 얘기다.
한국과 미국의 AI 기술 격차가 447년이란 미 업체의 분석도 나왔다. AI 투자를 지난해 수준으로 가정할 때 미국이 2040년 도달하게 될 기술 수준을 따라잡는 데 걸리는 시간을 산정했다. 한국이 지난 5년 AI에 투자한 예산이 미국의 3%에도 못 미치고, AI 기술 특성상 갈수록 격차가 커지는 점이 근거다.
호주 보고서의 분석은 논문 220만 편의 인용 횟수와 영향력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란 점에서 한계가 있고, 미 업체도 자국 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이 장기간에 걸친 국가 주도의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지원, 기술 인해전술 등을 통해 미래 첨단 핵심 분야에서 무시할 수 없는 기술력을 갖추게 된 것까지 부정할 순 없다.
AI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에 이어 16일 스위스에서 개막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도 가장 뜨거운 화두다. 이런 첨단 기술력이 국가의 미래 운명까지 좌우할 것이란 건 이제 상식이다. 여기에서 밀리면 우리의 앞날은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 매출은 인텔에, 스마트폰 출하량은 애플에 1위 자리를 내준 건 우려가 현실화하는 신호탄일 수 있다. 현대차도 충칭공장까지 팔아야만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R&D 예산을 4조6,000억 원이나 삭감했다. 거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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