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사이 어획량 '15만→3만 톤'
기후변화 따른 수온상승 원인 유력
해수부, 케냐 등 대체 어장 조사
"오징어 안 나온 지 몇 년 됐어요, 기름값 아까워서 못 나가지."
남해 동부 해역에서 어선을 운항하는 선장 이모(57)씨는 지난해부터 오징어잡이를 접었다. 동해안에서 오징어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보통 제철이면 한두 달만 출항해도 3,000만 원씩 안겨주는 효자 어종이었지만 "지금 오징어 수익은 사실상 제로(0)"다. 하루에 500마리씩 100만 원어치도 잡혔던 오징어는 수년 전부터 10마리도 잡기 힘들어졌다.
오징어 몇 마리로는 배를 띄우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찾는 사람은 많지만 줄 수가 없다. 이씨는 "작년엔 경매도 거의 안 이뤄졌고, 어쩌다 낱마리로 잡혀 오면 금값이라도 나오기가 무섭게 사 간다"며 "오징어가 못 살 환경이 돼 가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씨는 결국 다른 어종으로 전환해 생계를 이어가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수산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15, 16만 톤에 달하던 한 해 연근해 어획량은 점차 줄어 재작년 3만6,549톤으로 뚝 떨어졌다. 원양어선 생산량도 비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잠정치는 여기서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오징어잡이에 특화한 방식을 쓰는 오징어채낚기어선 어업인은 어종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어획량 감소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유력하게 꼽힌다. 임태훈 해양수산부 어업정책과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오징어가 잡히던 해역에서 안 나오고 있는데 수온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특히 오징어 대신 난류성 어종인 방어가 나는가 하면, 오히려 수온이 높아진 북극에서 오징어가 나오는 등 어류 교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해수부는 오징어 수급과 어업인 고충을 고려, 해외 대체 어장을 개척한다고 18일 밝혔다. 대상은 지구 반대편 케냐 등 동아프리카 수역이다. 현지 어장을 살펴본 국내 어업인 단체들이 오징어 자원이 풍부하다고 전해 온 것이 계기가 됐다. 케냐의 수산업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돼 있어 자원량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도 작용했다.
다만 지난해에도 상업어선 33척을 동원해 러시아 연해주 수역에서 대체 어장 개척을 위한 자원 조사를 벌였지만 오징어는 나오지 않았다. 올해는 전년보다 10억 원 늘어난 24억 원이 오징어 등 해외 대체 어장 개척에 투입된다. 어장성이 확인되면 해당 정부에 입어료를 납부하거나 합작 법인을 만들어 조업하게 된다. 고경만 원양산업과장은 "케냐 측은 업계 차원 실무 접촉에서 긍정적 답변을 했다"며 "정부 간 본격 협의는 상반기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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