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저득점 경기 속출
"아시아쿼터 도입 공감대 형성"
이르면 당장 다음 시즌부터 도입
주요 영입 대상은 일본 선수 전망
43-35. 농구 전반전 점수 같지만 한 경기 최종 스코어다. 불과 43점만 넣고도 이기는 경기가 최근 여자프로농구에서 나왔다. 저득점 경기가 속출하고, 리그의 질이 떨어지면서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의 고민도 깊어졌다. WKBL과 6개 구단이 경기력을 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댄 가운데 '아시아쿼터' 도입이 힘을 받고 있다. 이르면 내년 시즌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인천 신한은행과 용인 삼성생명은 역대급 졸전을 펼쳤다. 두 팀 합산 78점은 최소 득점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21년 2월 21일 아산 우리은행(55점)과 부산 BNK(29점)에서 나온 84점이다.
이날 신한은행의 승리도 찜찜했다. 3점슛을 14개나 던지고도 단 1개를 적중시키지 못해 역대 최초로 43점만 넣고 승리한 팀이 됐다. 이전 기록은 삼성생명과 청주 KB스타즈의 48점이다. 아울러 삼성생명의 35점은 역대 한 경기 최소 득점 3위다. 1위는 BNK의 29점이다.
저득점 경기도 내용에 따라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 수비가 강한 팀들끼리 격돌하면 야투율이 떨어지고 실책도 많아진다. 그러나 두 팀은 수비력이 좋지 않다. 신한은행의 평균 실점은 73.2점으로 6개 팀 중 가장 많다. 삼성생명도 63.4점으로 최다 실점 3위다.
그런데도 양 팀 선수들이 코트에서 펼쳐 보인 경기력은 농구 팬들의 눈높이에 한참을 못 미쳤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경기 후 “반성보다 더 한 것도 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이튿날 아산 우리은행과 부천 하나원큐와의 경기에서도 하나원큐는 63점을 내주고 46점밖에 넣지 못했다.
현재 리그 흐름을 볼 때 경기력이 향상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팀들마다 주전 의존도가 높아 시즌을 거듭할수록 주축들의 체력은 고갈되고, 주전들을 대신할 벤치 멤버들의 기량은 떨어진다. 한국여자농구 저변도 열악해 2018년 박지현(우리은행) 이후 대형 신인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저출생 시대에 농구를 시작하는 유망주들도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 중·장기적으로 리그의 질적 하락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위기의 여자프로농구를 살릴 카드로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건 아시아쿼터다. 앞서 남자프로농구는 아시아쿼터를 2022~23시즌부터 도입해 화려한 기술을 갖춘 필리핀 출신 선수들을 리그에 합류시켰다. 실제 이선 알바노(DB), 샘조세프 벨란겔(한국가스공사), 렌즈 아반도(정관장) 등은 뛰어난 기량과 운동 능력으로 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프로배구도 이번 시즌 남자부와 여자부에 아시아쿼터를 도입해 리그의 질적 수준을 높였다. 또한 농구와 배구는 국제대회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뒀는데도, 리그는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WKBL 관계자는 “점수가 워낙 안 나온다. 다음 시즌에도 저득점이 심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내부적으로 아시아쿼터를 도입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다만 아시아쿼터 대상 국가와 선수 인원, 선발 방식, 연봉 문제 등은 추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차기 시즌부터 아시아쿼터가 시행되면 주요 영입 대상은 일본 선수다. 일본은 저변부터 한국과 비교 자체가 안 되고, 2020 도쿄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농구 강국이다. 일본 W리그(여자실업리그) 평균 연봉은 8,000만 원 정도로 추정돼, WKBL 평균 연봉(약 1억151만 원)보다 낮다. 따라서 기량 높은 일본 선수의 한국행이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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