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모두 세계 1위 자리를 빼앗겼다. 현대자동차는 중국 충칭공장을 가동 6년 만에 매각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미래 핵심기술 경쟁력이 한참 뒤처진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성장 동력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는 한국 경제와 기업들의 현주소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은 전년보다 38% 급감하며 미국 인텔에 2년 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60% 가까이를 점유한 대만 TSMC까지 포함하면 3위로 봐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대응해 사업 분야를 다각화하거나 경쟁자들이 따라오기 힘든 초격차를 만들어나가는 경쟁사들과 달리 메모리반도체 1위에만 안주해온 결과다.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13년 만에 애플에 1위 자리를 내준 것도 뼈아프다. 프리미엄폰 시장에서는 애플에 밀리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에 잠식당했다. 국내에서조차 MZ세대의 아이폰 선호도가 압도적이라 하니 이대로라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현대차는 2021년 중국 베이징1공장을 매각한 데 이어 충칭공장을 투자액의 30%도 안 되는 가격에 팔았다. 현재 추진 중인 창저우공장 매각까지 성사되면 중국 5개 공장 중 2개만 남게 된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한국산 불매 움직임이 확산된 영향이 적지 않지만, 지난해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이 된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결과임을 인정해야 한다.
희망적인 돌파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연초부터 기업 총수들이 앞다퉈 생산 현장을 찾고 있지만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도, 뼈를 깎는 혁신 의지도 잘 보이지는 않는다. 세계 64개 첨단기술 중 중국은 53개에서 경쟁력 1위를 기록한 반면 우리나라는 1위가 전무하다는 진단(호주전략정책연구소)이나, 우리나라가 미국 AI 기술 수준을 따라잡는 데 447년이 걸릴 거라는 분석(미국 AI 개발업체)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며 변화에 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밀려나는 건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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